아이돌 명암 뚜렷…걸그룹 해체 속 방탄소년단·트와이스 활약
싸이 등 대형 스타 컴백 속 8090 가수들 신보…중국 한한령은 지속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상반기 가요계는 아이돌 가수들의 명암이 뚜렷했다.
원더걸스와 씨스타가 팬들의 아쉬움 속에 해체됐고, 제국의아이들은 계약 만료와 함께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티아라는 소연과 보람의 탈퇴로 완전체가 깨졌고 AOA의 초아는 일방적인 팀 탈퇴를 알렸다. 또 비스트는 기존의 팀명을 쓰지 못해 하이라이트로 바꿔 활동을 재개했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수상하며 '포스트 싸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아이유·싸이·지드래곤 등 대어급 스타들의 컴백이 잇달았고, 박남정·이현도·클론 등 1980~90년대를 주름잡은 스타들의 신보도 반가움을 더했다.
그중 지드래곤이 앨범 '권지용'을 오프라인에서 CD가 아닌 USB로 출시해 음악 유통과 소비 방식이 변모한 음악 산업에서 음반의 정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또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 정국이 계속돼 가수들이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활동 시장을 다변화했다.
◇ 원더걸스·씨스타 해체…방탄소년단·트와이스 승승장구
지난해부터 이어진 아이돌 그룹의 해체 소식은 연초부터 들려왔다.
1월 원더걸스가 데뷔 10년 만에 해체했고, 그중 선미와 예은은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각기 다른 소속사로 이적했다.
씨스타도 6월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이 만료되며 팀 해체를 선언했고, 마지막 싱글 '론리'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역시 소속사 스타제국과 전속계약이 만료된 제국의아이들은 광희·형식·시완·동준이 예능과 연기 활동을 위해 새 둥지를 틀면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았고, 티아라는 소연과 보람이 탈퇴해 완전체가 깨진 4인 체제로 새 앨범을 발표했다.
비스트는 지난해 가을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되면서 자신들의 기획사를 꾸렸으나, 큐브와 팀명 사용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결국 하이라이트로 이름을 바꿔 3월 컴백했다.
최근 AOA의 초아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탈퇴한다고 밝혀 소속사와 갈등을 노출했다.
반면 큰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한 팀도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5월 K팝 아이돌 그룹 최초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으며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2월 발표한 '윙스 외전: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으로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서 61위를 기록해 한국 가수 최초로 4장 연속 이 차트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앨범은 가온차트 기준으로 약 73만장이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트와이스는 2월 '낙낙'(KNOCK KNOCK), 5월 '시그널'(SIGNAL)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대세 걸그룹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두장의 앨범 판매량은 총 55만장에 육박했다.
◇ 대형 스타·반가운 얼굴들 잇단 신보…계속된 사드 정국
연초 tvN 드라마 '도깨비'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 곡들이 차트를 휩쓸고 지나가자 봄부터는 대형 스타들의 컴백 러시가 이어졌다.
데뷔 10년차인 아이유가 4월 신보를 내고 스물다섯의 감성을 들려줬고, 장미 대선이 끝난 5월 싸이와 트와이스, 6월 지드래곤이 속속 등판했다.
그러자 아이유의 '팔레트', 싸이의 '아이 러브 잇', 트와이스의 '시그널', 지드래곤의 '무제'가 잇달아 차트 정상을 갈아치우며 혼전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출연진이 결성한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의 음원인 '맞지?'가 차트 1위에 올라 복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80~90년대를 풍미한 선배들도 오랜만에 새 음반을 선보이며 활동에 기지개를 켰다.
원미연이 4월 8년 만의 새 음반인 '소리질러', 박남정이 4월 선공개곡 '멀리가요'에 이어 6월 13년 만의 새 앨범 '라잇 나우'(Right Now)를 발표했다.
또 소방차의 이상원이 5월 10년 만의 싱글 '파티'를, 듀스 출신 이현도가 6월 13년만의 신보 첫 곡으로 후배 래퍼 로꼬가 참여한 '흘러내려'를 공개했다. 클론도 12년 만인 이달 29일 데뷔 20주년을 기념한 앨범 '위 아'(We Are)를 발표한다.
밖으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의 한한령 여파가 계속됐다. 기획사들은 주력하던 중국 판로가 막히자 해외 시장 다변화를 위해 노력했다.
다수의 가수가 일본 시장으로 유턴했고, 홍콩과 대만, 태국 등 아시아권을 아우르며 공연을 펼쳤다. 그중 트와이스와 블랙핑크는 내달 일본 데뷔 쇼케이스를 앞둬 소녀시대와 카라에 이어 K팝 걸그룹 붐을 재점화할지 기대를 모았다.
안으로는 지드래곤이 솔로 앨범 '권지용'을 오프라인에서 USB로 발매하자 '음반이냐, 아니냐'는 화두가 생겨나기도 했다. 해당 USB는 음원 파일 자체가 담긴 것이 아니라 USB를 컴퓨터에서 실행하면 특정 사이트로 이동해 음원과 뮤직비디오를 내려받게 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가 지드래곤의 USB를 앨범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자 소속사 YG는 "시대에 맞지 않는 집계방식이 아쉽다"는 입장을 냈다. CD로 된 음반을 CD플레이어로 재생하는 팬들이 드물며, 대다수가 소장에 가치를 둔 굿즈(팬 상품)로 구매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일변도가 된 시장에서 LP 생산 공장이 3년 만에 다시 생겨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국내 유일 LP 생산업체인 마장뮤직앤픽처스의 '바이닐 팩토리'가 6월 본격 가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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