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마친 버나디나와 러프 "한국 투수에 익숙해진 덕"
심각한 부진 겪었던 버나디나와 러프, 중심타자로 연착륙
구단도 전력분석 자료 꾸준히 제공하며 적응 도와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로저 버나디나(33·KIA 타이거즈)와 다린 러프(31·삼성 라이온즈)는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탈바꿈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시즌 초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할 때 교체설까지 나왔던 버나디나와 러프가 밝힌 활약의 비결은 간단했다. 바로 '시간이 약'이다.
27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만난 버나디나는 "적응과 수정을 거치면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터닝포인트가 있었다기보다는, 한국 투수와 계속해 상대하면서 익숙해진 덕"이라고 말했다.
버나디나는 4월까지 타율 0.255, 1홈런, 9타점에 그쳐 '호타준족'을 기대했던 KIA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
5월 타율 0.312에 홈런 5개를 터트리며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6월 들어서는 타율 0.341에 홈런 5개 21타점으로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01(282타수 85안타), 11홈런, 50타점, 55득점, 16도루다.
KIA와 방문경기를 위해 광주를 찾은 러프 역시 버나디나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단 투수 스타일에 적응한 게 가장 크다. 그러다 보니 자신 있게 내 스윙을 할 수 있게 됐다. 가끔 운 좋은 타구가 안타로 이어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러프의 타격 부진은 버나디나보다 훨씬 심각했다. 4월 타율 0.150에 홈런 2개, 5타점이 전부였다.
끝없는 부진에 러프는 2군으로 내려가 재정비할 시간을 얻었다. 5월 팀에 복귀한 러프는 월간 타율 0.330에 홈런 7개 23타점으로 활약하더니, 6월에는 타율 0.375 홈런 5개 30타점으로 삼성의 반등을 이끌고 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299(234타수 70안타), 14홈런, 58타점까지 올라왔다.
KIA와 삼성 구단도 버니다니와 러프의 적응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전력분석 자료를 따로 준비해 제공했고, 한국에서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전담 통역을 한 명씩 붙여줬다.
KBO리그 무대를 밟는 외국인 타자는 일정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췄다. 이들의 성패를 가리는 건 얼마나 빨리 한국 야구에 적응하느냐다.
보통 아무런 정보가 없을 때 타자는 투수보다 불리하다고 말한다. 투수는 자신의 기량대로 공을 던지면 그만이지만, 투수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타자는 노림수만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다.
현재 KBO리그는 외국인 타자를 팀당 1명씩 보유해 적응을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려주기 힘든 구조다.
버나디나와 러프는 4월 한 달만 고전했다가 5월부터는 팀 중심타선에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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