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월드컵 개최지 비리 폭로에 부랴부랴 보고서 공개

입력 2017-06-28 08:11
FIFA, 월드컵 개최지 비리 폭로에 부랴부랴 보고서 공개

3년전 작성된 '가르시아 보고서' 원본, 獨언론 폭로 이후 공개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국제축구연맹(FIFA)이 2018·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관련 비리 의혹을 조사한 윤리위원회의 보고서 원본을 공개했다.

3년 전 조사가 완료된 이후 지금까지 원문 공개 요구를 묵살해오다 독일 일간 빌트가 원본을 입수해 일부 내용을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부랴부랴 내놓은 것이다.

FIFA가 27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는 2018년·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FIFA 윤리위원장이던 미국 변호사 마이클 가르시아가 2014년 작성한 것이다.

당시 가르시는 비리 연루자 75명을 인터뷰하고, 20만 건에 달하는 서면 증거를 반영해 9월 43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FIFA에 제출했다.

FIFA는 이를 40쪽으로 축약해 공개하며 '비리는 없었다'고 발표했고, 가르시아는 이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이날 공개된 보고서에는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가 2010년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투표권이 있는 FIFA 집행위원들을 상대로 벌인 부적절한 행동들의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개최지 투표 전 당시 카타르 국왕이 브라질에서 FIFA 집행위원 3명을 만났는데, 가르시아는 이 만남이 "우려를 자아낸다"고 표현했다.

이들 3명은 나중에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중계권 계약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카타르 정부가 집행위원들이나 그들의 국가와 관련한 여러 투자사업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이 있다며, 실제로 제롬 발케 당시 FIFA 사무총장은 한 집행위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카타르가 월드컵을 "샀다"고 표현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월드컵 시기를 11∼12월로 미뤄야 할 정도의 뜨거운 카타르 날씨에 대해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FIFA 의료위원장이자 개최지 투표권이 있던 미셸 두게조차 폭염을 문제 삼지 않았는데, 두게의 아들이 이후 카타르 도하의 병원에 취직한 것을 보면 두게가 이미 카타르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가르시아는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집행위원들이 조사단과의 만남을 피하고, 러시아나 스페인 같은 유치 신청국들이 특히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았다고도 전했다.

이날 FIFA는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미 원본 공개를 검토하고 있었다"며 "보고서가 독일 신문에 불법 유출되면서 잘못된 정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을 즉시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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