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로 기소된 브라질 대통령 "검찰이 꾸며낸 드라마"(종합)
TV로 검찰총장 맹비난…전문가 "테메르 정부는 침몰하는 타이타닉"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뇌물 혐의로 취임 10개월 만에 기소된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자신을 둘러싼 혐의는 '소프 오페라'(soap opera·통속적 내용의 연속극)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호드리구 자노 연방검찰 총장이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지 하루 만에 공식 석상에서 내놓은 첫 반응이다.
테메르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리아 대통령궁에서 측근 4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TV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내가 돈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노 총장이 정치적 목적으로 "드라마 줄거리를 짜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메르 대통령은 자노 총장을 '무책임하며, 위태롭고, 품위 없는 사람'으로 지칭하는 등 자극적인 수식어를 동원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자노 총장의 기소는 법률이 아닌 정치적 요인이 작용해 이뤄진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브라질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기소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며 "브라질을 위해 일할 것이며 이 싸움을 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테메르 대통령의 발언은 자신에 대한 정치권 안팎의 사임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치 전문가들은 테메르 대통령을 둘러싼 부패 의혹이 끊이지 않는 데다 국정운영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추락한 사실을 들어 테메르 정부를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 비유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가 지난 주말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7%, 보통 23%, 부정적 69%, 무응답 2%로 나왔다.
테메르 대통령 사임에 찬성하는 의견은 76%였고, 사임 반대는 20%였다.
테메르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할 경우 의회가 탄핵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은 81%에 달했다.
자노 총장은 전날 테메르 대통령과 그의 보좌관 출신인 호드리구 호샤 로우리스 전 연방하원의원을 부패혐의로 기소했다.
브라질에서 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노 총장은 테메르 대통령이 호샤 로우리스 전 의원을 통해 세계 최대 육류 가공회사인 JBS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했다면서, 이들의 행동이 대통령과 연방하원의원의 직무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연방검찰에 따르면 테메르 대통령은 뇌물 15만2천 달러(약 1억7천만 원)를 챙겼고, 앞으로 9개월간 JBS로부터 1천150만 달러(약 130억7천만 원)를 받으려고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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