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천억 쏟았는데" 신고리 5·6호기 시공업체 '당혹'
두산重 최대 타격 예상…협력사 등도 일자리 걱정에 '울상'
공사중단 최종 결론시 보상 여부 놓고 논란 예상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윤보람 기자 = 정부가 27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결정하자 이 공사를 진행해 온 시공업체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재 공정률이 30%에 육박했기 때문에 의견수렴을 거쳐 3개월 후 공사 중단이 최종 결정될 경우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지난달말 기준 28.8%가량 진행됐다. 세부적으로는 설계가 79%, 기자재 구매가 53% 이뤄졌으며, 실제 시공 공정률은 9%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위해 이미 집행된 공사비는 1조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공사가 완전히 중단될 경우 매몰 비용(총 손실)은 2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삼성물산[028260], 두산중공업[034020], 한화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행해 왔다. 이들 건설사 이외에도 협력사까지 합하면 수백 개의 업체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에 관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날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중단 발표에 대해 "공청회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향후 절차를 한수원과 협의해 진행하겠다"는 입장 이외에는 말을 아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다.
컨소시엄에 속한 한 업체 관계자는 "당장 공사가 일시 중단되는 3개월간 공사 인력들은 일손을 놓아야 할 테고, 이 공사에 딸린 무수한 중소기업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이미 30%나 진행된 공사를 중단한다는 결정 자체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업체 중 두산중공업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의 상당부분을 맡고 있는데다 원자로, 증기발생기, 보일러, 터빈 등 주기기 공급계약까지 맺었기 때문에 사업 백지화가 이뤄질 경우 금전적으로 큰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정 진행률은 50% 정도로, 두산중공업은 전체 2조3천억원의 공사대금의 절반 수준인 1조1천억원가량의 금액을 받은 상태다. 원전 건설이 완전히 중단되면 나머지 도급잔액 1조2천억원 만큼의 일감이 사라진다.
공동으로 건설을 수행하는 삼성물산과 한화건설은 공사 지분이 적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사 중단이 최종 결론 나면 당장 보상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공사 일시중단 기간에 대한 보상 여부도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물론 시공사의 귀책사유에 따른 공사 중단은 아니기 때문에 계약 내용에 따라 그동안 진행된 공사의 기성금을 정산받거나 계약 파기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발주처와 시공업체 간의 견해차가 있으면 다툼이 생기거나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석탄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의 중단 및 백지화 추진의 '신호탄'이 아니겠냐며 긴장하는 분위기가 있다.
신규 석탄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백지화하면 건설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먹거리'가 더 줄어들게 돼 수주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므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석탄 화력·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중단되거나 백지화되면 국내 발전사업 추진 인력의 재배치도 불가피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 원전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인데 앞으로 원전을 짓지 않으면 기술력이 사장되지 않을지 걱정"이라며 "원전 공사 인력의 배치 문제도 건설사들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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