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주차장서 고급차 탄 여성 노렸다…골프연습장 납치 사건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지난 24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골프연습장 40대 주부 납치 사건'에서 피의자들이 '여성'과 '주차장'이란 공간을 노렸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경찰과 범죄 전문가들은 범죄 취약 공간·대상인 주차장과 여성에 대한 안전환경 정책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범행 당일인 24일 오후 2시 25분께 심모(29)씨 등 피의자 3명은 창원시 한 골프연습장 주차장에 도착해 범행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오후 5시께 주차장에 A(47·여)씨가 아우디 A8을 몰고 와 내리는 모습을 본 이들은 A 씨를 납치하기로 했다.
시가 1억2천만원이 넘는 고급 외제차를 혼자 몰고 다니는 '사모님'이라면 돈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은 A 씨 차량 옆에 자신들이 몰고 온 스포티지를 댄 뒤 A 씨를 기다렸다.
오후 8시 30분께 A씨가 골프를 끝낸 뒤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오자 심 씨는 "저기요"라고 A씨를 자신들의 차량으로 불러 납치했다.
이후 심 씨는 A 씨를 납치한 상태에서 친척 형(31)과 함께 자신들의 차량을 몰고 경남 고성군으로 향했다.
친척 형의 여자친구인 강모(36)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고자 A 씨 차인 아우디를 몰고 방향이 다른 창원 의창구로 이동했다.
경찰에 검거된 심 씨는 "A씨가 혼자 고급 외제차인 아우디 A8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돈이 많을 것 같다고 판단돼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키 157㎝가량에 다소 마른 체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이 아닌 건장한 남성이었거나 일행과 함께 있었다면 납치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사회에서 경우에 따라 여성이 여전히 '잠재적 범죄 대상'으로 지목되는 현실을 보여준 셈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살펴봐도 2015년 살인 등 강력범죄 피해자 3만1천431명 중 2만7천940명(88.9%)가 여성이었다.
여성 피해자는 2000년 6천245명에서 2015년 2만7천940명으로 약 4.5배 증가했지만, 남성 피해자는 2천520명에서 3천491명으로 약 1.4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저항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강도사건의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에 여성 피해가 훨씬 잦다"며 "여성들이 피해를 잘 보는 범죄가 뭔지, 그런 범죄가 잘 발생하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해 체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범행 장소였던 골프연습장 주차장의 허술한 안전망도 문제로 꼽힌다.
신고가 접수된 뒤 피의자 신원이 곧바로 파악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범행이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창원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해당 골프연습장에는 지상 3층 규모의 주차장이 있다.
이중 A씨가 납치된 1층 주차장은 차량 65대가 주차할 수 있다. 골프연습장 옆에서 하수처리장 공사가 진행 중이라 현재는 45대가 주차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감시하는 CCTV는 총 3대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마저도 하수처리장 공사 때문에 한 대는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차량 45대를 주차할 수 있고 차단기가 따로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는 공간에 입구를 찍는 CCTV와 주차장 내부를 찍는 CCTV 두 대만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조명과 가로등이 있다고 하나 인적이 드문 밤 시간대 주차장을 CCTV 2대로 감시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주차장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2만4천331건이었다. 이중 살인 등 강력범죄는 255건이었다.
경찰청 산하 치안정책연구소는 최근 '주차장 범죄예방을 위한 인증평가 기준 개발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내 주차장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설계나 보안수준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CCTV가 감시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범행이 발생해 납치하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CCTV는 다중이 모이는 시설인 경우 여러 장소에 많이 설치될수록 범죄예방 효과와 이용객의 심리적 안정 등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무작정 CCTV를 많이 다는 게 아니라 범죄학적 관점에서 범죄에 취약한 장소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