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가 외계인 존재 발표" 가짜 동영상에 언론매체들 낚여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외계인과의 접촉에 대해 곧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5일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매체들은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 보도를 인용한 후속 보도가 인터넷을 타고 곳곳에 퍼졌고, 국내에서도 일부 매체가 이를 기사화했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전혀 없는 가짜 뉴스였다. 허무맹랑한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에 이른바 '낚시질 당한' 일부 언론매체가 확인 없이 보도하면서 소동이 빚어졌다.
이 동영상을 올린 유튜브 이용자는 반체제 저항운동의 상징이자 이른바 국제 해커 그룹 어나니머스의 상징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등장해 자신을 '어나니머스 글로벌'의 일원이라면서 NASA가 외계 생명체와 접촉했으며 곧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영상은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NASA 책임자가 한 발언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마치 생명체를 곧 발견할 것처럼 말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기성 언론매체의 보도와 어나니머스라는 이름에 혹해 가짜뉴스가 확산했고, 유튜브 동영상 클릭 수는 삽시간에 1백만을 넘어섰다.
그러나 어나니머스는 기성 체제에 반기를 드는 일종의 인터넷 하위문화로 특정 형태를 갖춘 조직이 아니어서 누구나 어나니머스를 표방할 수 있다.
이 동영상의 주장을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매체엔 선과 데일리메일 등 영국의 황색지뿐만 아니라 고급 독립정론지를 표방하는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등도 포함돼 있다.
인디펜던트는 "세계 최대 해킹 그룹은 NASA가 외계 생명체 존재를 발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이 사건 전말을 소개하면서 시사지 뉴스위크의 경우 이 동영상의 주장이 가짜임을 밝히기는 했지만 '클릭 낚시' 수법을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 기사는 '어나니머스는 외계 생명체의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가?'라며 의문형의 제목을 단 다음 기사를 거의 다 읽고 나서야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게 썼다.
러시아 정부가 운영하는 매체 스푸트니크조차 '미국 정부 과학자들이 러시아 경쟁자들에 앞서 사상 최대의 발견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제목으로 일단 클릭하게 한 다음 본문에선 이 동영상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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