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대북 협상 주도했던 힐 실패 답습하지 말아야"
"지금의 북핵 곤경은 상당 부분 협상론자들 때문"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크리스토퍼 힐의 북한에 대한 참회".
보수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북한과의 협상론을 경계하는 가운데 과거 대북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차관보의 '참회성' 발언을 인용했다.
주한 대사를 지낸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000년대 중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북 협상을 주도하면서 북한의 핵 동결을 조건으로 많은 양보를 제시했던 대표적인 협상론자였다.
그런 그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의 핵 동결을 조건으로 한 협상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동결로 바꾸면 결국 북한에 대한 호혜적 보상으로 귀결된다"면서 "나는 그것이 올바른 협상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미가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북한도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북한 측 제안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을 아무 힘 없는 종이 동맹으로 전락시키려는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동결은 비핵화를 이루려는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라면서 "그저 분위기 개선을 위한 동결은 안 되고 동결 대가로 한미 동맹의 동결이 초래되면 더욱 나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과거 협상 태도와 상반되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WSJ은 27일 사설을 통해 "마음을 바꿀 수는 있으나 그가 10년 전에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면 미국이 지금의 곤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힐난했다.
WSJ은 그러면서 당시 힐과 그의 상관이었던 부시 대통령의 대북 협상 전략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동일한 노선을 취하라는 요청을 받는 만큼 상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중국이 다시 트럼프 행정부를 대북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고, 이번 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대북 협상론을 띄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실패한 전략이며 미국은 여기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WSJ은 지난 25년간에 걸친 대북 협상에도 불구하고 결국 북한의 핵 개발을 저지하는 데 실패한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이는 상당 부분 힐 전 차관보와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협상론자들의 오판에 기인한다고 거듭 비판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힐 전 차관보의 협상 전략이 초래한 실패로부터 배울 게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똑같은 실수를 저지를 여유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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