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디지털을 이야기할 때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됐다

입력 2017-06-27 09:27
모두가 디지털을 이야기할 때 '아날로그의 반격'이 시작됐다

신간 '아날로그의 반격'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 1. 온라인 서점의 대명사격인 아마존은 2015년 11월 미국 시애틀에 첫 오프라인 서점을 연 이후 올해 5월 뉴욕 맨해튼에 7번째 서점을 냈다.

# 2.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바이닐(LP) 음반 판매량은 2015년 3천200만장으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디지털 일색이던 국내 음원 시장에서도 LP 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LP 생산공장이 최근 문을 열었다.

# 3. 영국 출판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는 전자책 판매가 17% 줄었지만 종이책 판매는 7%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1∼9월 종이책은 7.5% 판매가 늘었지만 전자책 판매는 18.7% 줄어들었다.

디지털이 대세인 시대, 이처럼 아날로그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간 '아날로그의 반격'(어크로스)은 캐나다의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색스가 디지털 시대에 디지털이 아닌 상품이나 서비스, 아이디어가 새롭게 부상하는 현상과 그 원인을 탐색한 책이다.

'아날로그 반격' 현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가장 디지털에 친숙할 것 같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몰스킨으로 대변되는 종이 수첩에 아이디어를 기록한다. 비디오게임에 밀려났던 보드게임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고 레코드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교실에서는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이용한 수업이 도입됐지만 다시 종이책을 찾는 교사와 학생들이 늘고 있다. 종이 교재와 똑같은 내용을 담은 전자교재는 그저 암기할 수 있는 내용을 디지털 버전으로 옮겨놓은 것뿐이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반격'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하며 '즐거움'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아날로그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인 물건을 만들고 소유하는 기쁨을 준다. 신문을 넘길 때 손에서 느껴지는 종이의 질감, 턴테이블의 바늘이 레코드판에 내려가 닿으면서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의 느낌. 이런 즐거움이나 경험은 스마트폰과 모니터 화면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들이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에도 여전히 수첩과 다이어리의 수요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이유는 '이윤'이다. 모두가 디지털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때 아날로그 기술을 참신하고 새롭게 활용하면 오히려 돋보이고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LP는 여전히 디지털 음원보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디지털 음원보다 훨씬 비싸다. 그러나 LP를 사는 사람들은 가격에 연연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수많은 이메일을 받고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하는 사람들도 종이봉투에 담긴 우편물은 빠짐없이 열어본다. 디지털 기기가 일상용품인 세대에게는 종이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의 뒤에는 이런 점을 공략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있다.

책은 '아날로그의 반격'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그치지 않으리라고 본다. 디지털화가 대세이긴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이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해 누구도 디지털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의 휴대전화를 연못에 던져넣거나 디지털 네트워크 밖에서 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완전히 아날로그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매력적이지도 않다. 하지만 완전히 디지털적으로만 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삶은, 그리고 '아날로그의 반격'이 주장하는 것은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다"

박상현·이승연 옮김. 448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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