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운명의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회장직 걸까

입력 2017-06-27 08:48
정몽규 회장, 운명의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회장직 걸까

김호곤 기술위원장 선임…본선행 좌절 시 '총사퇴' 불가피

새 대표팀 감독 선임에도 정몽규 회장 의중 반영될 듯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축구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정몽규 회장이 본선 진출에 회장직을 걸어야 한다."

다수의 원로 축구인들은 위기에 빠진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몽규 회장이 배수의 진을 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팀이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한국 축구에 '암흑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대표팀 감독 선발·추천권을 가진 기술위원장에 대한 임명권을 갖고 있고, 대표팀 사령탑 선임에도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작 책임 문제가 불거졌을 때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3월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0-1 패배라는 '창사 참사' 후 울리 슈틸리케 전 대표팀 감독 경질론이 거셀 때 정몽규 회장은 이용수 기술위원장-슈틸리케 감독 체제의 유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슈틸리케 전 감독이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와 경기에서 2-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결국 경질됐고,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했다.

하지만 기술위원회 수장에서 물러난 이용수 전 위원장이 축구협회 부회장직을 유지한 것도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측면이 적지 않다.

정 회장은 기술위원장-대표팀 감독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협회 집행부의 김호곤 부회장을 새 기술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위기 국면을 축구협회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이 선발·추천하게 될 새 축구대표팀 사령탑도 사실상 정 회장의 재가를 받는 방식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국 축구의 위기 상황에서 정 회장의 책임론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한국은 8월31일 이란, 9월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 여부가 결정된다.

불안한 2위를 지키는 한국으로서는 3위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10차전 원정에서 운명이 갈릴 공산이 크다.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러시아행이 좌절된다면 축구협회 회장단 총사퇴도 불가피하다는 게 축구계의 중론이다.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김호곤 신임 기술위원장 임명 과정에서도 선임 배경과 관련한 일체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축구협회의 수장으로 한국 축구의 명운을 결정하는 중심에 선 정몽규 회장은 남은 월드컵 최종예선 2경기에 자신의 자리를 걸고 승부수를 띄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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