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슐츠, 메르켈 대미외교 문제삼아 추격전 '안간힘'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독일 9월 총선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맞선 사회민주당 마르틴 슐츠 당수 겸 총선 총리 후보가 국방비 증액 문제와 대미 외교를 고리로 공세를 펼쳤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분담금 상향 요구에 대해 다소 호응하는 태도를 보인 것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총선 레이스에서 총리직 4연임에 성큼 다가선 메르켈 총리를 따라잡기 위해 독일 내 반(反) 트럼프 정서를 활용하려는 포석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슐츠 당수는 중도좌파 사민당이 이날 개최한 도르트문트 전당대회에서 독일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 국방비 달성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을 비롯한 나토 회원국들은 지난 2014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2024년까지 방위비 분담금을 GDP의 2%까지 올리겠다고 합의했고, 지난달 주요 7개국(G7)이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증액 이행 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분담 증가를 요구하는 데 대해 메르켈 총리 등 유럽 주요국 정상들이 성의를 보이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슐츠 당수는 "우리는 완전히 무장한 독일을 원하는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우리의 안전이 군비 증강을 통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너무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라며 "우리는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에서는 메르켈에게 2005년 총리직을 빼앗긴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도 초청 연사로 나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기 위해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라며 자신이 이라크전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전쟁에 대해 반대 입장을 냈던 점을 회고했다.
슐츠 당수와 슈뢰더 전 총리의 이런 발언은 메르켈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독일인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공세를 펼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기독민주당을 이끄는 메르켈 총리가 슐츠 당수를 15%p로 따돌리며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국방비 증액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한 태도 등을 걸고넘어지며 추격전을 시도한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독일 내 인기도는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선거전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한 태도가 독일과 유럽의 이익을 방어하는 데 충분했다는 평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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