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2' PD "모든 연습생이 데뷔 전 팬덤 갖도록 돕고 싶었죠"

입력 2017-06-27 08:20
수정 2017-06-27 08:52
'프듀2' PD "모든 연습생이 데뷔 전 팬덤 갖도록 돕고 싶었죠"

"편집·투표 시스템 등 논란, '뻔하지 않게' 하려는 욕심에서 비롯"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요새 아이돌은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거치다 보니 이미 팬덤이 어느 정도 형성된 상태에서 데뷔하잖아요. 중소 기획사 연습생들은 그렇지 못하니 출발점부터 다른 거죠. 가능하면 많은 참가자가 데뷔 전부터 팬덤을 갖고 시작할 수 있게 돕고 싶었습니다."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최고의 화제성을 끌어모은 안준영(38) PD는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큰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제로 데뷔조인 워너원에 속하지 못한 연습생들도 이미 스타가 된 경우가 적지 않으니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최근 서울 상암동 CJ E&M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만난 안 PD는 본방송보다 관심이 뜨거웠던 연습생별 직캠 등 모바일로 보기 편한 클립 영상을 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혔다.

그는 "매번 같은 무대의 연습생별 '직캠'을 일일이 편집하느라 굉장히 힘들었다"면서도 "젊은 타깃층은 속칭 '입덕'(팬 활동, '덕질'에 입문함)하는 포인트가 다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자는 욕심이었다"고 강조했다.



안 PD는 또 이번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집중했던 점으로 '대중이 좋아할 수 있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것을 꼽았다.

"사실 아이돌이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해도 주변에서는 그들을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부터도 사실 '프로듀스101'을 하기 전에는 아이돌에 대해 잘 몰랐고요. 그래서 프로그램에 나온 음악들도 다양한 연령층이 좋아할 수 있는, 너무 아이돌스럽지만은 않은 곡들로 선곡했죠. 워너원의 콘셉트 역시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11명'이었어요."

안 PD는 프로그램 중에 여론을 잘 살피지는 않는 편이라고 한다. 각종 논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아는 듯 "상처받기 싫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인성 논란으로 하차하는 연습생들이 생겨난 것에 대해서는 "본인, 소속사에게 세 번씩 확인했지만 불미스러운 일들이 어쩔 수 없이 생기더라"며 "사건이 터지면 다른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지막회 중간에 11∼14위 현황을 공개해 논란이 된 데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고 해명하며 "시즌1에서 11명이 누가 될지 좀 뻔했기 때문에 시즌2는 뻔한 방송이 아니었으면 했고,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그런 장치들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도 중계차 안에서 소식을 들었는데 4명 중 3명이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며 "논란이 되겠구나 예상은 했다"고 덧붙였다. '피디픽'(피디가 찍은 연습생)의 존재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그는 "김종현, 김사무엘, 정세운 연습생은 저도 탈락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강조했다.



안 PD는 한 번에 투표할 수 있는 인원을 11명에서 1명으로 줄이지 않고 2명으로 한 데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를 보면 '최애'(가장 좋아하는 멤버)와 '차애'(최애 다음으로 좋아하는 멤버)가 있잖아요. 어차피 최애 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쉽지 않고, 그렇다면 더 많은 연습생이 팬들의 차애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견제픽'(응원하는 연습생의 선전을 위해 뛰어난 타 연습생에게 고의로 투표하지 않는 현상)이 생겨날 줄은 예상 못 했고요."

공정한 분량이 보장되지 못했다는, 속칭 '악마의 편집' 논란에 대해서는 "그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고 인정했다.

"박지훈 군의 경우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스타일이에요. '나야 나' 무대에서 많은 연습생이 윙크했지만 지훈 군의 윙크가 가장 매력적이었죠. 다만 스토리나 리액션 등에서는 조금 약했기 때문에 초반에 분량이 없었어요. 그런데 본인도 그걸 알고 나서는 더 열심히 해서 분량을 얻어냈죠. 반대로 윤지성 군의 경우에는 사실 훨씬 재밌는 장면이 많았는데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줄이고 줄인 게 그 정도였고요."

'슈퍼스타K' 시즌2에서 처음 만났던 장문복에 대해서도 "첫 미팅 때는 정말 아이돌이 하고 싶은 거냐고 재차 물어봤다. 또 상처를 주기 싫었기 때문"이라면서도 "초반에 남자 시청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걸 보고 놀랐다.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프로듀스101'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인기가 정점을 찍으면서 지상파와 대형 기획사들도 곧 유사 프로그램들을 내놓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안 PD는 "항상 소외됐던 장르들을 대중에게 더 알리자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며 "그게 과거에는 힙합이었고, 그보다 더 과거에는 일반 대중이었고, 지금은 아이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최근의 아이돌은 아이돌에서 그치지 않고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들에 대한 관심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프로듀스101' 시즌3을 준비 중이냐고 물으니 "현재로써는 안 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시즌1부터 지금까지 2년 넘게 쉬지 못했어요. 어머니는 저보다 열심히 기사를 모니터링 하시고 늘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는 문자를 보내시는데 답을 못하면 삐지시더라고요. 마지막에는 '라이관린 떨어졌냐'고 다급하게 연락이 오셨는데 또 답을 못 드렸죠. (웃음) 집에 아예 안 들어가다 보니 힘들었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주변에서도 스트레스 줄까 봐 시즌3 할 거냐고 안 물어보네요. 다만, 대중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에 대한 고민은 쉬지 않고 하고 있고, 그걸 찾아서 또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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