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바른정당 이혜훈 호, '새로운 보수' 보여 주기를
(서울=연합뉴스) 바른정당 '이혜훈 호'(號)가 26일 출범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당원대표자회의를 열어 이혜훈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권역별로 진행한 일반·책임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다. 5.9 대선에서 패배한 뒤 48일 만이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야 3당 가운데 지도체제를 정비한 것은 바른정당이 처음이다. 자유한국당은 7·3 전당대회에서, 국민의당은 8월 말에 각각 새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다. 신임 이혜훈 대표는 당원의 참여로 선출된 바른정당의 첫 대표라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탄핵 정국이었던 지난 1월 24일 창당한 바른정당은 정병국 의원을 합의추대 방식으로 대표로 선출한 바 있다. 대선후보였던 유승민 의원계로 분류되는 이 대표는 한국당과 '보수 적자' 경쟁을 펼치면서 흔들리는 보수 진영을 재건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본진이 돼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혜훈 호의 앞날은 그다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우선 교섭단체를 유지하는 게 급선무다. 바른정당은 한 때 33석의 의석을 보유한 적도 있었지만 대선과정에서 13명이 집단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당함에 따라 현재는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가까스로 채우고 있다. 단 한 명의 의원이라도 탈당하면 교섭단체 지위를 곧바로 상실하게 된다. 지지율도 여전히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성인 1천4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국민의당, 정의당과 동일한 7%를 기록했다. 유승민 후보가 대선에서 220만8천771표를 획득해 4위를 차지했을 때의 득표율 6.76%와 비슷한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국민의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원내 4당으로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주축으로 창당된 바른정당은 탄핵정국 이후에는 존재감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개혁적 보수' '새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를 내걸고 창당했지만 대선 전은 물론 대선 후에도 자신들이 앞세운 이러한 가치를 행동이나 정책으로 보여준 사례를 찾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인사청문회나 추경예산안 처리 문제 등에서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망도 밝지 않다. 현재 경기도 지사, 제주도 지사 등 2개 광역자치단체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현상유지가 어려울 수도 있다. 새 인물을 영입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이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이혜훈 대표도 수락연설을 통해 "보수의 미래, 보수의 희망인 젊은 인재들을 찾아내고, 모셔오고, 키워내는 매머드급 보수의 대수혈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일단 방향은 잘 잡은 것 같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여당 앙마르슈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의석수 '제로'였던 신생정당 앙마르슈가 창당 1년도 안 돼 대선 승리에 이어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350석을 석권한 이유를 되짚어 보기 바란다. 새로운 인물을 과감히 수혈하면서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겨냥해 과감한 개혁정책을 추진한 결과였다. 이혜훈 대표와 바른정당은 위기의식을 갖고 비상한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보수의 본진'이 되기는커녕 당의 존립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지점에 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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