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 알고보니…"전투에 참가 안해"(종합)
제1연평해전 당시 기지계류 함정 소속…'공상군경 유공자'는 사실
경찰 "국가 유공자 확인…본인이 '참전'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홍국기 김예나 기자 = 최근 편의점에서 콜라를 훔친 30대 남성이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로 알려져 안타까운 사연으로 널리 화제가 됐지만, 실제로는 당시 전투에 참전한 용사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1천800원짜리 콜라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A씨는 사건 직후 언론에 보도된 것과는 달리 제1연평해전에 참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 6월 1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서 발생한 제1연평해전은 6·25 전쟁 이후 남북 해군 간 최대 규모의 교전으로, NLL을 넘어와 기습 공격을 감행한 북한군 함정을 우리 해군이 대파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해전이다.
당시 A씨는 제1연평해전을 수행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군 복무 중이었지만,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수병으로 근무하던 구축함은 전투에 투입되지 않고 기지에 계류 중이었다.
군 관계자는 "A씨는 제1연평해전 당시 제2함대사령부 소속이었지만, 전투에 참가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1연평해전에서 직접 전투를 수행한 우리 해군 함정은 제2함대사령부 소속 고속정 10척과 초계함 2척이었다.
A씨는 제1연평해전에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공상(公傷) 군경'으로 분류돼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그는 평소 앓던 지병이 군 복무 중 악화했고 군 병원에서도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공상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복무 중 공무로 인한 질병·부상을 당하면 공상 군경으로 인정되지만, 전투 수행 중 질병·부상을 당한 '전상(戰傷) 군경'과는 차이가 있다.
A씨는 이번 사건 뒤 제1연평해전 당시 전투에 투입돼 겨드랑이에 파편을 맞아 크게 다쳤고 전투 직후 후송이 늦어져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제1연평해전 당시 부상해 후송된 장병은 모두 9명으로, A씨는 명단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미한 사건 피의자가 받는 즉결심판에 넘겨졌고 법원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군 관계자는 "A씨가 제1연평해전 참전용사는 아니지만, 공상 군경으로 국가유공자인데 콜라를 훔칠 만큼 생활고에 시달린 것은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참전용사로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잡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의 처지를 알고 심사위원회를 열어 즉결 심판을 청구하고 직원과 지역민으로부터 걷은 성금 200만원을 전달했던 서울 강동경찰서는 군 당국의 설명에 당황하는 분위기다.
강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A씨의 사정을 알게 된 이후 '국가 유공자' 여부를 미리 확인했다"면서도 "정확한 참전 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 본인이 '연평해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아프게 된 이유, 당시 싸운 상황 등을 상세하게 이야기를 했기에 이런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A씨에게 지급한 성금을 돌려 받을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도 "국가유공자로서는 충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기에 성금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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