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정취 만끽하며 산책할 만한 명소로 어디가 좋을까
한국관광공사, 7월 가볼 만한 곳 6곳 추천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 여름비를 맞으며 산책할 만한 관광명소로는 어디가 좋을까.
한국관광공사는 '비가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를 주제로 ▲ 도심 우중 산책의 완벽한 코스, 창덕궁 후원과 수성동계곡(서울 종로) ▲ 현무암 비경 속 은밀한 폭포, 비둘기낭(경기 포천) ▲ 연꽃의 바다로 떠나는 감성여행, 화천 서오지리(강원 화천) 등 6곳을 26일 추천했다.
◇ 도심 우중 산책의 완벽한 코스(서울 종로구 율곡로 99)
비는 산수풍경을 그리는 붓이다. 장대비로 계곡물을 그리고, 궁궐 낙숫물은 단단한 돌에 홈을 파낸다. 빗물은 초목의 갈증을 해소하고, 차갑게 열린 하늘 아래 포근한 흙냄새를 풍긴다.
도심에 내리는 비는 빼곡한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 청량한 빗소리로 그 풍경을 채운다.
34만490㎡에 이르는 창덕궁 후원의 자연은 그렇게 깨어난다. 비 오는 날 창덕궁을 걷고 싶은 것도 그 때문이다. 차분하게 깊어진 궁궐의 색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이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으로 발길을 옮기자. 도심 우중 산책의 완벽한 코스다. 안평대군과 조선 선비들은 계곡의 우렁찬 물소리를 장단 삼아 시를 읊조렸다.
냇가에 돌덩이를 들추고 숨은 생명을 찾아내듯이, 비는 멈춘 듯한 풍경을 움직인다. 수성동 계곡이 있는 서촌은 윤동주 하숙집 터와 통의동 보안여관, 대오서점 등 한국 근현대사가 곳곳에 남았다.
우산을 쓰고 숨바꼭질하듯 그 발자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현무암 비경 속 '은밀한 폭포'(경기 포천시 영북면 비둘기낭로)
비둘기낭은 포천의 '은밀한 폭포'다. 현무암 침식으로 형성된 폭포는 독특한 지형과 함께 청량한 비경을 보여준다. 비가 내리면 비둘기낭폭포는 굵직한 아우성을 만든다.
영북면에 있는 폭포는 천연기념물 537호로 지정됐다. 한탄·임진강지질공원의 주요 명소로도 등록됐다. 폭포는 비둘기낭의 유래를 간직한 하식 동굴과 높이 30m 주상절리 협곡으로 더욱 존재감을 드러내며,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비둘기낭폭포 인근에 한탄강 협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가 있다. 지질공원으로 연결되는 교동가마소, 지장산계곡도 독특한 현무암 지형을 선보이며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날려준다.
폭포 주변 교동장독대마을과 비둘기낭마을 등에서 농촌 체험이 가능하다.
포천을 여행할 때는 국립수목원, 평강식물원, 허브아일랜드 등도 둘러보면 좋다.
◇ 연꽃의 바다로 떠나는 감성 여행(강원 화천군 하남면 건넌들길)
화천의 7월은 물빛, 하늘빛, 연꽃 빛이 어우러진 풍경화다.
화천과 춘천의 경계에 있는 서오지리는 춘천댐 건설로 마을 앞들이 물에 잠기면서 강변 습지에 쓰레기가 쌓여 악취가 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연을 심으면서 연꽃 피는 마을로 변신했다.
15만㎡에 이르는 연꽃단지에 백련, 홍련, 수련, 왜개연꽃, 어리연꽃, 가시연 등이 피어 8월 말까지 황홀한 연꽃 바다가 된다.
연아이스크림과 연잎차, 연꽃차, 연잎밥 등 건강한 먹거리도 있다. 화천에서 생산한 목재를 이용한 화천목재문화체험장, 신나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붕어섬, 아름다운 풍경화 속을 걷는 듯 감동을 주는 숲으로다리, 캠핑과 물놀이에 좋은 딴산유원지, 화천의 상징 산천어를 보고 배우는 토속어류생태체험관 등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볼거리로 가득하다.
서오지리, 숲으로다리, 거례리 수목공원은 화천 3대 감성 여행지로 물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이나 비 오는 날에도 운치 있다.
◇ 빗소리에 세상 시름을 씻어내다(충북 제천시 수산면 옥순봉로12길)
문무왕 2년인 662년에 창건한 정방사는 절벽 아래 제비 집처럼 매달린 모양도 예사롭지 않지만,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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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으로 월악산과 청풍호가 발아래 펼쳐진다. 가장 아름다운 때는 아침 무렵. 월악산 골짜기와 청풍호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어울려 선경을 빚어낸다. 비 오는 날 분위기는 한결 운치 있다. 법당 마루에 앉아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노라면 세상 시름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다.
정방사에서 내려오면 다양한 솟대 작품을 전시한 능강솟대문화공간이 있다.
제천을 대표하는 청풍호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의림지도 빼놓을 수 없다.
유행가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박달재, 청풍호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는 백봉전망대,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천주교인이 숨어 지낸 배론성지도 함께 돌아보면 좋은 명소다.
◇ 구름 숲 속 화가의 방(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구름 운(雲)에 수풀 림(林). 진도 최고봉 첨찰산 자락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1808년 진도읍 쌍정리에서 태어난 허련은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다. 왕실의 그림을 그리고 관직을 받는 등 조선 제일의 화가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당쟁에 휘말린 추사가 유배를 거듭하다 세상을 뜨자, 허련은 고향으로 돌아와 첨찰산 쌍계사 옆에 소박한 집을 짓고 죽을 때까지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운림산방과 이웃한 쌍계사는 울창한 상록수림으로 유명하다. 운림산방에서 쌍계사 상록수림으로 이어지는 숲길은 허련의 산책로였다.
아이와 함께라면 진돗개테마파크에서 진돗개 공연을 보고, 가까운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무료 공연까지 즐겨보자.
◇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를 찾아서(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길)
여행은 날씨를 가리지 않는다.
7월 장마철에는 우리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안동 농암종택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청량산과 낙동강이 어우러진 농암종택은 비가 오는 날 가면 금상첨화다. 구름이 내려앉은 청량산 줄기가 수묵화를 그려내고, 낙동강 물소리는 더욱 세차다.
농암 이현보 선생의 손때가 묻은 긍구당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넓은 마루에 앉아 빗소리, 강물 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다음 날에는 퇴계와 이육사의 흔적을 둘러본다. 촉촉하게 젖은 강변 따라 퇴계오솔길(예던길)을 걷고, 퇴계가 후학을 가르친 도산서원에 가보자. 퇴계가 아낀 제자 김부필의 종택이 있는 안동군자마을, 퇴계의 14세손 이육사의 생애와 문학 관련 자료를 전시한 이육사문학관도 빼놓을 수 없다.
chun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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