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슬픈 주말'…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 잇따라

입력 2017-06-26 08:55
수정 2017-06-26 11:39
지구촌 '슬픈 주말'…안전불감증이 빚은 참사 잇따라

중국 산사태·파키스탄 유조차 화재·콜롬비아 유람선 침몰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산사태, 유조차 화재 그리고 뒤이은 폭발, 유람선 침몰…. 세계 각지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른 주말이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인명피해는 실종자를 포함, 각각 수십 명에서 수백 명 수준에 이르는 대형 참사다. 이들 사고는 특히 대부분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 유명 관광지 유람선 침몰…"너무 많은 인원 탑승, 구명조끼 착용자 없었다"

25일 오후 2시께(이하 현지시각) 콜롬비아 북서부 과타페의 엘 페뇰 호수에서 관광객 150여명을 태우고 가던 4층짜리 유람선이 침몰, 현재까지 최소 9명이 숨지고 28명이 실종됐다.

사고가 난 엘 페뇰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산이 있어 해외에서도 이름난 관광지이다. 여기에 콜롬비아 연휴를 맞아 관광객이 더욱 많이 몰렸다.

명성에 걸맞지 않게 유람선의 안전의식과 장비는 낙후했다.

생존자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너무 많은 사람이 탔던 것 같다며 승객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모습을 담은 SNS 사진 등을 보면 승객들을 잔뜩 태운 유람선이 왼쪽으로 기울어진 모습을 볼 수 있다.



◇ 유조차 전복소식에 몰려든 사람들…유출 기름 챙기려다 '펑'

같은 날 파키스탄에서 발생한 유조차 화재는 담배꽁초로 인명 피해를 키운 '기막힌' 참사다.

25일 오전 6시께 파키스탄 동부 펀자브주(州) 바하왈푸르의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유조차가 폭발했다.

전복된 유조차에서 흘러나온 기름을 가져가려고 인근 주민들이 현장에 몰려들었고, 갑자기 불이 나는 바람에 끔찍한 2차 사고로 이어졌다.

유조차가 중심을 잃고 전복되자 차에 실려있던 기름 약 4만ℓ가 쏟아졌다.

마을 이슬람 사원이 안전사고를 우려, 스피커로 '유조차 전복으로 기름이 유출되고 있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주민들이 현장으로 몰려들었다.

경찰의 제지가 있었지만, 몰려든 인파를 막지는 못했다. 몇몇 오토바이 운전자는 유리병으로 기름을 퍼 오토바이 주유구에 넣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발이 일어나고 불길에 휩싸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 사고로 주민 150여명이 숨지고 주민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 75대와 자동차 6대도 불탔다. 부상자는 최소 117명으로 이 중 50여명은 중상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파키스탄 경찰은 현장에 모인 주민이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폭발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이다.



◇ 새벽 시골 마을 쓸어버린 산사태…9년 전 대지진 악몽 상기

중국에서는 24일 오전 6시께 쓰촨(四川)성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 시골 마을 전체를 덮쳤다. 이로 인해 100명 이상의 주민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새벽에 뒷산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바위들이 순식간에 62가구를 초토화했다. 잠들어있던 주민들은 피할 틈도 없이 아래에 묻혀버렸다.

사고가 발생한 마오(茂)현은 2008년 5월 쓰촨 대지진의 진원지인 원촨(汶川)현으로부터 불과 40여㎞ 떨어진 곳이다.

당시 규모 8.0의 지진으로 마오현에서 3천933명이 숨지고 336명이 실종됐다.

앞서 1933년 8월에도 지진이 발생해 가옥을 무너뜨리고 물난리까지 겹쳐 2만명의 사상자를 냈다.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2008년 대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폭우 등 자연적 요인과 채광작업 등 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시 아픈 상처를 간직하고서도 이를 보강하지 않은 채 지내왔던 것이 중국의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