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지방(인천 건물 관리자 소방훈련…)
인천 화재 피해 예상 시설 관리자 소방훈련 실적 '저조'
고층아파트 관리자 소방교육 인원 821명…경남의 12% 수준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화재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인천지역 건물·시설 관리자들의 소방훈련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가 펴낸 '2017년 예방소방행정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지역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 소방교육 인원은 3만2천602명으로 전국 18개 시·도 중 14번째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소방대상물은 아파트(5층 이상), 기숙사, 근린생활시설, 경기장, 공연장 등 화재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건물 또는 시설이다.
같은 해 인천지역의 특정소방대상물(13만823곳)이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점을 고려하면 소방교육 인원은 매우 적은 실정이다.
소방교육 인원은 인천과 특정소방대상물 현황이 비슷한 경남(11만3천609곳)이 18만725명, 전북(10만5천859곳) 6만8천113명으로 인천보다 2배가량 많다.
아파트 관리자 소방교육 인원의 경우 인천은 821명에 불과하지만, 경남과 전북은 각각 6천809명, 2천438명이다.
인천지역의 저조한 소방훈련 실적에 따른 문제는 국민안전처 중앙소방특별조사단의 화재안전점검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소방분야 전문가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은 지난 19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A 건물(2개 동·지하 5층·지상 60층·입주민 4천여 명)에서 화재 대응시설 등 안전대책 전반을 점검했다.
20층과 40층에는 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와 방화기구 등 화재대응 시설·장비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건물 관리자들은 대피소 통로와 연결된 지역을 정확히 지목하지 못하거나 소방에어매트를 설치하는 데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화재대응훈련 현황에 대해 건물 관계자는 "매년 소방훈련을 시행하고 있다"며 "저조한 입주민 훈련 참여율과 부족한 건물 관리자 등 훈련을 진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소방차의 사다리는 최고 17층 밖에 이르지 못하고 대응 한계치도 20층에 그친다. 무엇보다 고층 건물 관리자들의 초동대처가 중요한 이유"라며 관리자들의 소방훈련 강화와 주민들의 참여 독려했다.
문제는 소방훈련 횟수에 대한 기준이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은 특정소방대상물 관리자들의 소방훈련 횟수 기준을 연 1회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소방훈련을 1회 시행하되 나머지는 자율에 맡긴다는 뜻이다.
관리자들은 훈련 시행 결과를 기록하고 기록지를 2년간 보관하면 된다. 훈련의 질이나 화재대응 역량은 측정하기 어렵다.
신용식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소방제도과 특별조사계장은 26일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전기가 끊겨 불이 꺼지고 연기가 피어오르기 때문에 해당 건물 관리자나 거주민들은 눈을 감고도 대피소로 대피하거나 소화시설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현행 소방훈련 횟수로는 이 수준에 이르기 어렵다. 분기별(연 4회 이상) 소방훈련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지정된 인천지역 특정소방대상물은 12만7천980곳으로 지난해 12만823곳에 비해 7천157곳이 증가해 전국 18개 시·도 중 네 번째로 높은 증가율(5.47%)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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