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권 강조한 새 유엔 인권규약, 프랑스 주도로 추진
로랑 파비우스 전 佛 총리 선언…세계 800여명 모여 초안 작성 추진
마크롱 "새 합의 이뤄지도록 나서겠다"…반기문·슈워제네거도 참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 이후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유엔 차원의 새로운 국제인권규약 제정이 추진된다.
청정하고 건강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유엔 차원의 국제인권규약으로 규정해 더욱 강력한 보호장치를 둔다는 목표다.
25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로랑 파비우스 전 프랑스 총리는 전날 파리 소르본대에서 지구환경규약 제정을 위한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파비우스 전 총리는 프랑스 외무장관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의장을 지내는 등 기후변화 관련 외교 경험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세미나에서 "유엔의 두 가지 국제인권규약에 더해 환경권과 관련된 세 번째 규약을 제정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면서 "이제는 말보다는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선언했다.
파비우스 전 총리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법학자와 정치인, 환경운동가 등 800여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선언 이후 강제성을 가진 환경 관련 국제규약 제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파비우스 전 총리는 "새 규약은 권리와 의무를 모두 담고, 위반 시 불이익 규정까지 두겠다"면서 "오염자 부담 원칙을 명시해 당사국들에 친환경 법률을 제정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담겠다"고 말했다.
유엔은 1966년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등 두 개의 규약으로 구성된 '국제인권규약'을 채택한 바 있다.
이번 새 국제인권 또는 환경권 규약 초안엔 기후변화, 해양, 생물 다양성, 보건과 관련해 다양한 권리와 의무 조항이 담길 예정이다.
1992년 리우 지구환경선언 등 환경권 관련 국제논의가 대부분 선언적 의미에 그친 것과 달리 강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명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새 규약 추진은 파비우스의 모국인 프랑스가 마크롱 대통령의 전적인 지원 아래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이라 주목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미나에 직접 참석해 "(새 규약의) 채택과정은 길고도 험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 지구적 계획을 갖고 파리기후협정 이후의 새 단계로 나가야 한다"며 "여러 당사자를 설득하고 새 합의가 이뤄지도록 행동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논의에서 미국이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가 기후변화의 리더십 공백을 채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앞서 마크롱은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선언 이후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캠페인을 시작하며 기후변화 연구기금 조성계획을 밝히는 등 국제 환경 관련 논의에서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세미나엔 영화배우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낸 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참석해 지지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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