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난민은 '우리' 문제…'왜 돕느냐' 묻지 않는 날 오길"

입력 2017-06-24 18:00
정우성 "난민은 '우리' 문제…'왜 돕느냐' 묻지 않는 날 오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올해 이라크 찾아…4번째 난민촌 방문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난민은 '우리'의 문제예요. 난민의 50%를 차지하는 아이들이 세상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난다면 성인이 됐을 때 세상을 바라보고 소통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라 믿어요. 하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은 최근 이라크 방문 후 귀국해 24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4년째 난민구호활동에 앞장서는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묻자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같이 답했다.

그는 "난민을 도우면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이 있으니 돕는 게 당연하다"며 "특히 한국에는 난민법이 있으므로 그들을 돕는 건 책무로 돼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993년 난민협약에 가입한데다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인 틀을 갖췄지만, 난민을 도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아 정부로서는 강력하게 난민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든 사람에게까지 난민을 도와달라고 강요하고 싶지 않다"며 "시선을 밖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세상에 이런 문제도 있으니 함께 고민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난민에 대한 관심이 적은 편이지만 그는 낙관적이었다. 자신도 처음에는 난민을 생각할 때 낯설게 느꼈던 터라, 계속해서 난민을 이야기하다 보면 한국사회에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정우성은 2014년 네팔, 2015년 남수단, 2016년 레바논 그리고 올해 이라크까지 네 번이나 난민캠프를 다녀왔다. 소회를 물어볼 때마다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한다고 한다.

"방문 기간은 짧지만, 그 안에 들어가면 동화가 될 수밖에 없어서 감정조절을 잘해야 하더라고요. 그곳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바깥에 진솔하게 전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많은 생각의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인터뷰할 때면 늘 떨립니다."

이달 초 정우성은 UNHCR이 이라크 북부에 구축한 하산샴(Hasansham) 난민촌을 찾았다. 한여름 낮 최고기온이 57도까지 오르는 데다 물까지 모자라 빨래는 커녕 식수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친선대사로서 그의 목표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왜 난민을 도와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라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해결될 일이긴 하다며 그는 웃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UNHCR 나비드 사이드 후세인 한국대표부 대표는 "난민정책에서 한국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하나의 사무실, 하나의 기구, 하나의 정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만큼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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