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벌써 10돌…스마트폰 혁명 일으키며 13억대 팔아
스티브 잡스, MS 능가하는 태블릿 만들려다 휴대전화 개발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 변화
올가을 새 아이폰 기대감에 애플 주가 고공행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오늘 3가지 혁명적인 제품을 소개합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선보일 때 전화기와 아이팟, 인터넷 기기를 한데에 모았다면서 한 유명한 말이다.
스마트폰 혁명을 이끈 아이폰은 10년 전인 2007년 6월 29일 출시됐다.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이끈 스캇 포스털은 지난 20일 아이폰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제품이 탄생한 뒷얘기를 털어놨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전한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폰이 나온 것은 잡스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직원을 싫어한 것에서 비롯됐다. 잡스는 아내 친구의 남편인 이 MS 직원과 파티 같은 데서 만날 때마다 짜증을 냈다고 한다. 어느 주말 MS 직원이 잡스에게 자신의 회사가 태블릿 PC 개발에서 진전을 냈다고 했고, 잡스는 월요일에 출근해 애플이 MS를 능가하는 터치스크린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는 스타일러스 펜을 쓰는 MS는 "바보"라면서,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기기여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애초 태블릿 개발에 집중하다 2004년께 휴대전화로 방향을 틀었다. 잡스가 커피숍을 갔던 일이 계기였다. 그는 커피숍에서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 가운데 제품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함께 있던 포스털에게 디스플레이를 휴대전화 크기로 줄여보라고 했다. 매우 힘든 일이었지만, 프로젝트가 완성됐을 때 포스털은 잡스가 옳았다는 것을 알았다.
MS의 당시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500달러 가격은 너무 비싸다. 키보드가 없어 좋은 이메일 기기가 아니므로 비즈니스 고객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비웃었지만, 아이폰은 첫주에만 27만대가 팔리며 히트했다.
휴대전화와 음악 플레이어, 카메라, 이메일 도구, 웹 브라우저를 하나로 합친 아이폰에 대해 '예수 폰'이라는 극찬이 나오기도 했다.
번스타인리서치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아이폰의 마법은 "컴퓨터의 능력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 사용하기 편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이폰은 10년간 전 세계에서 13억대가 팔렸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올린 매출은 이제까지 8천억 달러(900조원)에 이른다. 덕분에 애플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떠올라 꿈의 1조 달러를 넘보고 있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혁명은 사람들이 소통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꿨으며 여러 산업을 뒤흔들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왓츠앱이나 위챗(웨이신), 카카오톡으로 문자 또는 음성, 영상으로 대화한다. 우버 같은 차량호출 업체가 부상한 것도 스마트폰 덕분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는 모바일 바람을 타고 더욱 성장했다. 반면 전통적인 미디어는 쇠퇴하고 있다.
아이폰은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나온 이후 점점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판매는 계속 늘어났다. 포천에 따르면 애플은 2010년에 전년의 2배 가까운 아이폰을 팔았으며, 2011년에도 판매량을 2배로 늘렸다. 2015년 2억3천200만대로 정점을 찍을 때까지 연평균 25% 성장했다.
하지만 애플은 경쟁업체들의 부상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의 영향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세계 스마트폰 이익을 애플이 독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이폰 판매량은 2016년 2억1천500만대로 처음으로 감소했다. 애플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화웨이, 오포, 비보 같은 현지 업체에 밀려 5위로 떨어졌다.
새 아이폰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전작을 넘어서는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애플이 올가을께 내놓을 10주년 아이폰은 더 큰 스크린과 함께 증강현실, 무선충전 등의 기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기대감으로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 26% 올랐다.
아이폰에 매출의 3분의 2를 의존하고 있는 애플은 다음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전체 매출의 10분의 1 정도인 서비스 부문을 키우고 있다.
잡스가 2011년 작고한 이후 혁신적인 새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애플은 증강현실 안경도 은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은 1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까.
USA투데이에 따르면 동영상채팅 웹사이트 스마일타임의 알렉스 크루글로브 CEO는 자신은 여전히 아이폰을 쓸지 몰라도 아이들은 다를 것이라면서 "더 실용적이고 신체의 일부 같은 다른 기기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털 회사 루프벤처스를 운영하는 진 먼스터는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기가 나올 것이다.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는 것처럼 될 것"이라고 했다.
USA투데이는 전화기는 1876년부터, TV는 1940년대부터 거실에 있다면서 10년 또는 20년 뒤에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나 다른 모바일 기기를 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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