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렌펠 타워 화재 여파…외장재 같은 런던 아파트 800가구 대피(종합)
5개 아파트 대상 잠정 조치…3∼4주간 외장재 제거 작업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최소 79명이 숨지거나 실종된 영국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 화재 여파로 이 타워 외장재와 비슷한 가연성 제품이 사용된 런던 고층 아파트 800여 가구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런던 캠던구청은 그렌펠 타워 외장재와 같은 제품을 쓴 챌코츠 아파트 단지 5개 동 주민들에 대해 안전 우려를 들어 잠정적으로 이러한 조처를 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긴급 화재안전 작업을 위해 대피하며, 이들이 집을 떠난 사이 아파트 외장재를 제거할 계획이라고 캠던구청은 밝혔다. 외장재 제거 작업은 약 3∼4주 걸린다.
캠던 구와 런던 소방서는 이 아파트에 대한 공동 조사를 마쳤으며, 안전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개보수 기간 주민들이 일시적으로 집을 비워야 한다고 판단했다.
캠던 구는 대피한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쉼터를 설치하고 호텔을 마련했다.
조지아 굴드 캠던 구청장은 "그렌펠 타워 참사가 모든 것을 바꿨다"며 "우리는 어떤 위험도 감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집이 안전하게 만들어지는 동안 대피하는 캠던 주민들과 마음을 함께한다"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구조대, 관계 당국과 협력하고 이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들은 갑자기 강제로 집을 비우라는 통보에 분노와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전날 저녁 주민들이 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공청회가 열렸으나, 일부 주민은 뉴스를 통해 대피 소식을 처음 접했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주민 셜리 필립스는 "짐 싸서 떠나라는 요청을 받기 전까지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에 전했다.
지난 19일 런던 서부 켄싱턴·첼시 구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는 4층에서 시작돼 불과 2∼3시간 만에 24층 건물 전체로 번졌다.
지난해 완료된 리모델링 당시 부착된 복합 알루미늄 패널 내부에 가연성 폴리틸렌 코어를 사용한 외장재가 걷잡을 수 없이 불이 번진 원인으로 주목받았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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