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정진호 위에 나는 박건우? 두산의 치열한 외야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속담이 맞는 걸까.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외야에서 자리를 빼앗으려는 선수는 뛰었고, 지키려는 선수는 날았다.
적어도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서는 그랬다.
난 선수는 박건우(27), 뛴 선수는 정진호(29)다.
현재 두산의 주전 외야수 세 명은 박건우와 김재환, 민병헌이다.
주전 우익수인 박건우는 지난 7일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서 당혹감을 맛봤다.
당시 박건우가 햄스트링 통증으로 빠지면서 정진호는 한 달여 만에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박건우의 부상이 정진호에게 뜻하지 않은 선물이 됐다.
1회 말 2루타, 2회 말 3루타, 4회 말 단타, 5회 말 홈런을 때려 KBO리그 역대 23호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한 것이다.
그는 4타석, 5이닝 만에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해 최소 타석 타이기록, 최소 이닝 신기록(종전 6회)까지 세웠다.
같은 포지션인 동료의 맹활약에 마냥 박수를 쳐줄 수 없는 것이 프로의 세계다.
박건우 역시 2016년 동갑내기 정수빈의 주전 외야수 자리를 빼앗은 경험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내심 초조하던 박건우는 결국 이날 롯데전에서 다시금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햄스트링이 상태가 좋지 않아 3번 지명타자로 나선 박건우는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안타 3개 중 2개는 홈런, 그것도 연타석 홈런이었다. 박건우의 연타석 홈런은 시즌 31호, 통산 914호, 개인 1호다.
정진호도 이날 7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볼넷, 2타점, 2득점의 활약을 펼쳤지만, 박건우의 화려함에는 미치지 못했다.
경기를 마친 박건우는 "지명타자는 수비하지 않으니 공격에 더 집중했다"며 "팀 순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매 경기 내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로 임했다"고 말했다.
박건우는 시즌 초반 슬럼프를 겪었다. 4월 타율이 1할대(0.191)에 그쳤다.
그는 이런 기억을 떠올리면서 "시즌 초반 좋지 않았을 때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타격감을 올릴 수 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홈런과 관련해서는 "타격 코치님이 볼카운트에 따른 구종을 알려주셨다"며 "(알려준 대로)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정말 직구가 들어와 홈런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sw0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