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도 ITF태권도 10년 만의 방한에 공항부터 '들썩'

입력 2017-06-23 20:29
수정 2017-06-24 11:13
북한 주도 ITF태권도 10년 만의 방한에 공항부터 '들썩'

취재 열기 후끈…북송 요구 탈북여성 등장에 잠시 소란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시범단이 10년 만에 다시 방한한 23일. 새 정부 들어 첫 남북체육 교류 사례라는 점까지 부각되면서 이날 오후 내내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으로 관심이 쏠렸다.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초청을 받은 ITF 시범단은 8박 9일 일정으로 방한해 4차례 시범공연을 하고 7월 1일 출국한다.

이날 ITF 시범단의 도착 예정 시간 3시간여 전부터 이들의 입국 장면을 생중계하려는 방송사 카메라부터 하나둘씩 게이트 앞자리를 채워나갔다.

입국 시간이 다가오면서 입국 게이트 앞은 일본 교도통신 등 외신을 포함한 100여 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과 경호 인력은 시범단 동선을 미리 확인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한 바람에 ITF 시범단은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여 늦게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ITF 태권도가 한국 땅을 다시 밟기까지 결린 시간이 10년여임을 고려하면 1시간여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ITF 시범단은 2007년 4월 한국을 방문해 시범을 펼친 적이 있다. 그러나 WTF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TF 명예총재인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리용선 ITF 총재 등 ITF 대표단과 시범단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오랜 시간 기다린 WTF 어린이 태권도시범단원 20명이 미리 준비한 화환을 하나씩 이들의 목에 걸어주며 환영했다.

어린이시범단원인 태권도 3품의 이수민(13·대구복현중 1년) 양은 ITF 시범단을 기다리는 중 "북한 사람을 만난다니 신기하고 놀랍다"면서 "북한 태권도인들과도 친해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남북 태권도 교류에 가교 구실을 해온 미국 태권도 전문 잡지 태권도타임스의 정우진 대표도 도복을 차려입고 공항에 나와 ITF 시범단을 마중했다.

정 대표는 이번 방한 시범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ITF의 요청으로 WTF가 초청해 전날 미리 입국했다.

ITF 시범단을 초청한 WTF는 이날 전북 무주에서 총회를 하고 있어서 조정원 총재 등은 이들을 공항에서 맞이하지는 못했다.

리용선 ITF 총재는 "우리는 이번에 우리 민족의 자랑인 태권도의 통일적 발전, 나아가서는 두 태권도가 통합해서 우리 민족을 위해 좋은 일 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왔다"면서 WTF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한편 이날 입국장에는 2011년 한국에 들어온 뒤 북송을 요구하는 탈북여성 김련희 씨가 인공기를 들고 나왔다가 경찰에 빼앗긴 뒤 "6년 만에 고향 사람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는데 경찰이 못 만나게 한다"고 주장해 잠시 소란이 있었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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