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폭염 속 가뭄 비상…일부 지역에 비상사태 선포
올해 강우량, 평년 3분의 1 수준…농작물 생산 급감 우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구촌이 때 이른 무더위로 푹푹 찌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도 폭염 속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23일 일간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알프스 산맥이 자리한 북부부터 사르데냐 섬, 풀리아 주 등 남부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지역이 강수량 부족을 겪으며 일부 지역은 식수난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탈리아에는 작년 가을부터 좀처럼 비가 내리지 않으며 일부 강과 호수는 메말라 쩍쩍 갈라진 바닥까지 드러나고 있는 형편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정부는 22일 특히 피해가 큰 북부 포 강 유역의 파르마와 피아첸차 현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865만 유로(약 110억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 주민들의 식수 공급 지원에 나섰다.
올 들어 비가 온 날이 17일에 그쳐 현재까지 강우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인 120㎜에 머물고 있는 수도 로마도 테베레 강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 브라치아노 호수의 수위가 최저치로 떨어지자 시민들에게 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이날 행정 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로마에서는 오는 9월까지 수영장에 물을 채우거나 정원에 물을 주고, 세차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토스카나 주와 사르데냐 주 역시 가뭄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자연재해 상태를 선포해 줄 것을 당국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에몬테 주도 올 들어 강수량이 평년에 비해 65%가량 줄어들자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며 울상을 짓고 있다.
당국은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 성수기로 접어들면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해져 농작물에 추가 피해를 우려하며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롬바르디아 주에선 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며 이미 우유 생산이 20% 감소했고, 라치오와 풀리아, 사르데냐 주에서는 현재와 같은 가뭄이 지속되면 작물 생산이 40∼50%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민 단체 콜드레티는 "이번 가뭄으로 수 십 억 유로의 농작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탈리아 기상당국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밀라노의 경우 기온이 39도까지 올라가고, 알프스 산맥 기슭도 평년보다 훨씬 높은 30도를 웃도는 등 올 여름 더위가 15년 만에 최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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