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국도로 간다' 운전 기피하는 영천∼언양 고속도로
확장구간 협소·노면 불량 등 불만 봇물…작년까지 사망사고 이어져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울산에서 대구를 오갈 때 시외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김모(33)씨는 최근 특이한 경험을 했다.
버스 기사가 "원래 경부고속도로로 가야 하는데 현재 도로확장 공사와 차량 증가로 정체가 잦다. 승객 여러분이 동의하시면 밀양까지 국도로 가서 대구-부산 고속도로를 이용하겠다"고 출발 전에 양해를 구한 것이다.
도시 경계를 넘어 운행하는 시외버스는 자치단체가 허가한 노선으로 다녀야 한다. 버스 기사는 우회로를 이용하자는 편법을 제시하며 승객들의 이해를 구한 셈이다.
울산에서 밀양을 거쳐 대구로 가면 거리도 10㎞ 가까이 늘어날 뿐 아니라, 전체 운행 거리의 절반가량을 국도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도 10여 명의 승객 중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확장공사가 진행 중인 경부고속도로 영천∼언양 구간의 불편과 위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씨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2시간 10분쯤 걸렸는데, 돌아간 덕분에 1시간 30분 만에 도착했다"면서 "이후에도 한 번 더 돌아가는 버스를 탔는데, 이제는 버스에 탈 때마다 버스 기사가 먼저 말을 꺼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세버스 사고로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얻었던 경부고속도로 영천∼언양 확장공사 구간에 대한 운전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협소한 도로, 불량한 노면, 불편한 선형, 빈번한 정체 등으로 '국도보다도 못한 고속도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천∼언양 55㎞ 구간에서는 기존 왕복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2011년 착공해 내년 말 준공 예정이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온갖 원성이 터져 나왔다.
우선 갓길이 아예 없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 방호벽이 차선에 바짝 붙은 채 세워진 구간이 많다.
역시 방호벽으로 설치된 중앙분리대도 차선에서 불과 50㎝가량 떨어져 있어 운전자들은 흡사 좁은 터널을 지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버스나 트럭 등 덩치가 큰 차들이 나란히 달리는 광경을 보면 아찔한 느낌이 든다.
공사 편의에 따라 선형이 휘어진 곳이 많고, 노면도 고르지 않다.
특히 차 진행 방향을 따라 임시포장된 곳이 많은데, 새로 포장된 곳과 기존 도로가 높낮이 차를 보인다.
문제는 이 경계선이 차로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에 위치해 바퀴가 맞물리는 일이 많다. 고속으로 달리다 바퀴가 걸리면 순간적으로 핸들이 살짝 돌아갈 정도다. 결국, 운전자는 이를 피하려고 가뜩이나 위협적인 방호벽 쪽으로 붙어 진행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편도 2차로 중 1개 차로를 막고 작업을 할 때면 수 ㎞ 정체가 빚어지기도 한다.
2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확장공사 구간 중 언양분기점∼경주나들목 약 30㎞에서 2012∼2016년 5년간 115건의 사고가 발생, 31명이 숨지고 53명이 다쳤다.
특히 지난해 10월 무리한 끼어들기를 하던 관광버스 화재 사고로 무려 10명이 사망했다. 버스가 방호벽을 들이받은 채 멈춰서 출입문이 막히는 바람에 승객들이 버스에 갇혀버린 것이다.
사후약방문격으로 이 사고 이후 여러 개선책이 적용됐다.
공사구간 양방향에 과속 구간단속을 하는 3개 구간이 생겼고, 갓길 확충, 포장 보수, 임시가로등과 LED 시선유도등 설치, 차선 정비, 비상주차대 소화기 비치 등 조치가 이어졌다.
이와 같은 개선책이 완료된 지난해 11월 이후로는 언양∼경주 구간에서 사망사고가 없다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운전자 서모(43·울산시 울주군)씨는 "아예 밀양을 거치는 우회로를 이용하거나, 불가피하게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경주까지는 국도로 이동하는 방법 등으로 영천∼언양 구간 이용을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면서 "공사구간을 한 번 운전해 본 사람들은 열악한 환경에 혀를 내두른다"고 지적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언양분기점 상습 정체를 완화하고자 진입 차로를 확장하는 등 이용자 의견을 반영해 불편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면서 "공사구간 관리를 철저히 해 위험과 불편을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hk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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