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대부업 등록…불법 채권추심 피해 끝이 없다
2016년 6월 기준 등록 업체 8천980개, 매년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 11만건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전국의 대부업체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불법 채권 추심에 따른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4일 행정자치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2016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의 수는 8천980개다.
대부업체의 수는 2014년 이후 매년 100개 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업체의 대출잔액은 14조4천227억원이다.
대부업체의 등록 형태를 보면 개인이 7천10개로 압도적으로 많다. 법인은 1천970개다.
개인이 운영하는 대부업체가 이렇게 많은 주요 이유는 대부업 등록이 비교적 쉽다는 점에 있다.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본금 1천만원과 사무실 임대차계약서만 있으면 관할 지자체에 대부업 등록을 할 수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누구나 대부업 등록을 할 수 있다 보니 업체 수가 늘어나면서 불법 채권추심 피해 발생 가능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는 2014년 이후 매년 11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신고 건수는 2012년에 8만5천964건에 불과했으나 2014년 11만5천903건, 2015년 13만5천494건, 2016년 11만8천196건 등으로 집계됐다.
2016년 피해 신고의 주요 내용을 보면 저금리 대출을 알선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대출 사기가 2만7천204건(23.0%)으로 가장 많았고 보이스피싱 1만945건(9.3%), 불법 채권추심 2천465건(2.1%), 미등록 대부 2천306건(2.0%) 등이다.
정부는 지난해 6∼7월 불법 사금융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4천405명을 검거했다. 이 중 482명이 구속됐다.
금융감독원은 "경기침체 등으로 제도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영세 자영업자와 가정주부 등 경제적 취약계층의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에 적발된 대부업자들은 주로 채무자에게 고리의 이자를 강요하거나 신변을 위협해 돈을 받는다.
최근 부산 남부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A(27)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B(27)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향 친구나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행복한 대부'라는 상호로 대부업 등록을 한 뒤 지난해 8월 30일부터 올해 5월 17일까지 전국 300여명의 피해자들에게 법정 이자율인 연 27.9%를 훨씬 초과한 3천∼2만3천204%의 이자를 적용해 3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서울·경기, 광주·전남, 부산·경상 등 지역에 사무실을 두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사용하며 대출 고객 정보와 수익을 공유했다.
주로 급전이 필요한 여성들이 길가에 놓인 대출알선 명함 등을 보고 연락해 대출받았다가 온갖 협박에 시달렸다.
경찰 조사결과 A씨 등은 피해자들이 제때 돈을 갚지 못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화를 걸거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경찰에 신고하거나 돈을 갚지 않으면 조선족을 고용해 죽여버린다", "가족이나 직장에 알려 매장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들은 채무자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넘긴 휴대전화와 통장을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사용한 탓에 경찰이 추적하는 데에 석달 이상 걸렸다.
경찰 관계자는 "당황한 피해자들이 아무런 증거를 남기지 못한 채 피해자 조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자가 확보한 결정적인 증거가 구속수사 등 적극적인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불법 채권 추심 등의 피해를 볼 경우 금융감독원(☎1332)이나 경찰(☎112)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부산대 경영학과 이장우 교수는 "대부업은 공적 금융시장의 거래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틈새시장이기에 관리와 감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먼저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제1금융권이 법정 이자율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게 하면 대부업 틈새시장의 규모가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일반 금융소비자의 금융지식 수준을 높이고 각종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을 키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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