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당명 5행시짓기 이벤트했다 체면만 구겨(종합)

입력 2017-06-23 17:46
한국당, 당명 5행시짓기 이벤트했다 체면만 구겨(종합)

추미애, 5행시로 한국당 비판 가세

한국당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6행시로 맞불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자유한국당이 온라인상에서 당명을 소재로 한 5행시 짓기 이벤트를 했다가 한국당에 부정적인 5행시가 쏟아지면서 체면만 구겼다.

한국당은 지난 19일부터 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5행시를 지어주세요'라는 이벤트를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다. 오는 29일까지 5행시 후보작을 받아 당첨자에게 경품을 지급하는 행사다.

한국당은 "미우나 고우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한국당이 심기일전해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이벤트 개최 취지를 밝혔지만 한국당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24일 오후 4시 현재 1만5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 중에는 "자유롭게 유유자적하는 한가한 정당, 국민이 두려우면 당장 협치하시라", "자질 부족, 유신 후예, 한국 망신, 국민 절망, 당장 해산"처럼 한국당을 성토하는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런 전국민적인 개그를 기획하다니…, 웃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있었다.

한국당의 5행시 이벤트가 네티즌의 관심을 끌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이날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한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추경이나 인사청문회는 보이콧하면서 5행시를 쓰고 있느냐"며 "자유당 시절의 독선 정치, 유신 시절의 독재 정치, 한나라당 시절의 독기 정치, 국민은 고달픈 정치, 당장 끝내야 한다"는 5행시를 짓기도 했다.

이에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를 '여대표추미애시'로 패러디한 논평을 통해 "추 대표의 천지의 이치를 다한 듯한 신기하고 묘한 시책(詩策)에 감사드린다"며 "품위를 망각한 여당 대표의 5행시 수준을 국민이 이미 알고 있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정 대변인은 또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을 놓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이, 불러도 귀 막고 보라고 애원해도 눈감으며, 어제도 오늘도 항시 그래왔듯이, 민심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 주장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야말로, 당장 끝내야 한다"는 6행시를 짓는 것으로 맞불을 놓았다.

한국당은 예정된 대로 29일까지 5행시 이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좋은 의견만 달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국민의 쓴소리도 듣자는 취지에서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쓴소리라 할지라도 의미 있는 5행시는 당첨시켜 의견을 고루 듣겠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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