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전역 사정권' 탄도탄발사 참관…北·美에 메시지
"국방력 있어야 대화 가능"…北에 '맞불'로 대화·압박 메시지
한미정상회담 앞두고 확고한 대북태세 확인…美와 보조 맞추기
야당 안보공세 일축·보수층 안심 시키기…자주국방 가속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탄도미사일 '현무2C' 시험발사를 직접 참관한 것은 북한과 미국을 향한 다중 포석의 의미를 지닌다.
핵실험 준비와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강한 경고인 동시에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확고한 대북태세를 각인시키면서 한미동맹의 가치가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무2C가 북한 전역을 사정으로 하는 사거리 800㎞의 최첨단 무기라는 점에서 시험발사 자체로도 의미가 작지 않지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봤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무게감은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현무2C는 유사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등 전쟁지휘부를 제거하고 핵·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데 동원될 핵심 전략무기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의 참석 문제를 두고 청와대 내에서 일부 염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대북 타격 무기 시연 참관이 북한을 자극해 강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청와대에서는 이상철 안보실 1차장이 참관 예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참관 의지를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나는 대화주의자이지만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미에서 나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하는 무기체계는 파괴와 살상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에 대한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담고 있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우리의 군사력이 평화를 위한 토대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맞불'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고강도 경고음을 울린 것이라는 의미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들여야 하지만 그 역시 그에 맞서는 강한 군사력이 완비되었을 때 가능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미정상회담을 목전에 뒀다는 시기적인 측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제재·대화 병행이라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압박·제재에 방점을 둔 미국과의 온도 차가 엄연한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확고한 군사 대비태세를 대통령이 직접 확인시켜줌으로써 미 일각의 의구심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의 미사일 시험발사 참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대좌를 앞둔 사전 정지 작업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뿐 아니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채계)라는 난제도 풀어야 하는 만큼 미국과의 '보폭 맞추기' 성격도 없지 않아 보인다.
연일 안보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과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말이 아닌 미사일이라는 엄중한 수단을 통해 대북 경고음을 울림으로써 야당과 그 기반인 보수진영의 안보공세를 일축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방문은 우리 군이 충분한 미사일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국민께 알려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국민도 우리 미사일 능력이 북한에 뒤지지 않음을 확인하고 든든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날 발사를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여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산(産) 사드 배치 문제로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우리 기술의 미사일 시험발사 시험장을 대통령이 찾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국방부와 합참을 방문해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전력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고 자주적인 방위역량을 확보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지난 7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군은 한미연합 방위태세를 굳건히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핵심 자주적 역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방과학연구소 방명록에 남긴 글은 '우리 국방, 우리 과학의 힘으로'였다.
이는 상황에 따라 한미 간 새로운 이슈의 쟁점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현재의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라 우리나라는 사거리 800㎞·탄두중량 500㎏ 한도에서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지만, 이에 도달한 현무2C 시험발사를 문 대통령이 사실상 선언함으로써 지침 개정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어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직접 참관이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러 의제를 좀 복잡하게 하지 않겠나 하는 염려도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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