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듀2'로 정점 찍은 아이돌 육성 프로, 트렌드 넘어 주류로
"'100% 시청자 참여' 매력 통해…유사프로 한동안 이어질 것"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이러다 대한민국 모든 소년소녀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프로듀스101' 시즌2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정점을 찍고, 트렌드에서 주류 포맷으로 자리 잡으면서 당분간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아이돌 육성 프로의 역사…기성 스타→신예로 관심 이동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역사는 엄밀히 따지면 10년도 훨씬 넘었다.
2002년 SBS TV에서 방영한 '토요일이 온다-세기의 대결'은 그 시초 격으로 볼 수 있다. 당대 최고 그룹 H.O.T의 강타와 문희준이 같은 소속사의 연습생들을 트레이닝시키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방송한 MBC TV '목표달성 토요일-악동클럽'이나 SBS '초특급 일요일 만세-영재육성 프로젝트 99% 도전'도 비슷한 포맷이다. 2005년 엠넷에서 선보인 '배틀신화' 역시 오디션 방식을 채택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기성 스타에 초점이 맞춰졌다.
'세기의 대결'은 강타와 문희준, '악동클럽'은 연습생들의 멘토 겸 심사위원 김정민·이휘재·주영훈·김조한, '영재육성 프로젝트 99% 도전'은 프로듀서 박진영, '배틀신화'는 심사위원 신화 등이 주축이 됐다.
2007년 MBC '쇼바이벌'은 '중고 신인'에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신선한 콘셉트로 눈길을 끌었으나 시청률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이후 엠넷에서 내놓은 '슈퍼스타K' 시리즈와 SBS의 'K팝스타' 시리즈가 일반인 오디션이라는 포맷으로 성공을 거두면서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역시 기성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신선한 얼굴'을 찾는 쪽으로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2AM·2PM을 만든 '열혈남아'(2008), 빅스를 데뷔시킨 '마이돌'(2012), 위너를 탄생시킨 '윈: 후 이즈 넥스트'(2013), 아이콘을 배출한 '믹스 앤 매치'(2014), 트와이스를 낳은 '식스틴'(2015) 등 주로 엠넷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 시청자 직접 참여 포맷의 매력…"유사 프로 이어질 것"
엠넷이 지난해 내놓은 '프로듀스101' 시즌1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의 새 포맷을 열었다. 새 얼굴을 뽑을 권한을 시청자에게 100% 위임한 것이다. 물론 제작진의 편집이 투표에 큰 영향을 끼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획기적인 시도였다.
시즌1이 낳은 걸그룹 아이오아이가 한시적인 활동에도 수많은 화제를 낳은 데 이어 시즌2는 예상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낳았다. 데뷔 전부터 열광적인 팬덤이 형성되면서 전광판 광고와 음원 차트 줄 세우기 등 놀라운 현상들도 낳았다.
'또 아이돌 오디션이냐'는 냉소도 잠시, 어리숙한 연습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데뷔조를 직접 선발할 수 있다는 매력에 시청자들은 빠져들었다.
엠넷 김용범 전략콘텐츠국장은 25일 "내 손으로 데뷔할 멤버를 뽑는다는 점과 매주 예측할 수 없는 순위 변동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듀스101' 시즌2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에 유사한 후속 프로그램들도 이미 예고됐다.
엠넷은 걸그룹 육성 전문학교를 표방한 '아이돌학교'를 다음 달 13일부터 방송할 예정으로, 이미 현장 사진 등이 온라인에 유출돼 큰 관심을 얻고 있다.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도 'YG표 프로듀스101' 제작을 예고했으며 소속 남자 연습생 30여 명이 출연하는 서바이벌 오디션까지 기획 중이다.
지상파도 예외는 아니다. KBS는 아이돌 재기 오디션 '더 파이널 99매치'(가제) 제작을 논의 중이다. 데뷔했지만 빛을 못 본 아이돌을 모아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KBS 관계자는 "공영방송으로서 지나친 팬덤에 의한 부작용 등을 어떻게 최소화할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 중"이라며 "그러나 시청자 참여형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트렌드의 흐름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유형의 프로그램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그대로 찍어낸 듯한 복제형 프로그램들만 양산된다면 결국 멀지 않은 시기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용범 국장도 "우리 역시 이 관심을 계속 이어가려면 새로운 변화를 또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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