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연구 선구자 UNIST 박종화 교수 "암·노화 막고 싶다"
7천700년 전 고대인 게놈 세계최초 분석…"게놈 강국 되는데 일조"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 "게놈 분야 연구를 통해 질병을 이겨내고, 특히 암을 퇴치하고 노화도 막고 싶습니다. 암이 바로 게놈 병이기 때문입니다."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 산업기술센터장(생명과학부 교수)은 최근 개소한 UNIST 게놈산업기술센터를 이끄는 이 분야 세계적 선구자다.
이 센터는 대학과 지자체, 전문 기업 등이 융복합해 게놈 기반의 원천기술을 상용화·산업화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박 교수는 25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게놈 강국이 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올 초 러시아 동쪽의 악마문 동물(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천700년 전 고대인의 게놈을 국제 연구진과 세계 최초로 분석해 주목받았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게놈은 무엇인가.
▲ 게놈(genome)은 유전체라고도 한다. 인간이나 생명체가 가진 모든 유전 정보의 총합을 말한다. 게놈은 유전자(Gene) +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독일 과학자가 가장 먼저 만들었다.
-- 게놈 기술이 왜 필요한가.
▲ 게놈 기술은 인간 존재의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생로병사의 핵심 중 핵심이라서 관련 모든 기술은 인류의 미래 발전에 가장 중요하다. 게놈은 병과 노화를 극복하는 극 질병과 극 노화, 농업 생산성 향상, 신소재 개발 등 모든 산업 전반에 스며들 수 있는 기술의 하나다. 미래에 복지 선진국이 되려면 이 분야의 발전이 필요하다.
-- 한국의 게놈 연구와 수준은.
▲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원천기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앞으로 막대한 기술 종속이 일어날 것이다.
-- 그동안 연구·발표한 게놈 연구는 어떤 것이 있나.
▲ 2008년 한국인 게놈 해독을 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최초의 여성 게놈 분석, 최초의 호랑이 표준 게놈, 고래 표준 게놈, 표범 표준 게놈, 독수리, 황금박쥐, 복제 개, 야생 콩 등의 다양한 게놈을 해독하고 분석했다.
가장 의미 있는 연구로는 UNIST에서 한국인 표준 게놈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게놈연구재단과 공동으로 만들었다.
-- UNIST 게놈산업개술센터 설치의 의미는.
▲ 게놈연구소는 국내 몇 개 있다. 이번에 문을 연 게놈산업기술센터는 울산(지역)과 대학, 국가적으로 융합·연합하는 등 구심점을 갖고 만들어진 대표적 사례다. 울산시장을 비롯한 지역의 관심과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 센터는 무슨 연구를 중점 하나.
▲ 극 질병과 극 노화 관련 대형 게놈 사업 관리, 다양한 진단·예측 기기 개발, 시약 개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정보 분석, 대량 게놈 정보 분석, 맞춤 의료 사업화 인프라 제공, 기업 지원 등을 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가장 실용적으로 추진 중인 '울산 1만 명 게놈 사업'도 한다. 이 사업은 1만 명 이상의 한국인 게놈을 해독, 분석하는 프로젝트다.
-- 게놈 기술이 실제 산업에는 어떻게 적용되나.
▲ 게놈 기술은 사회 전반에 IT처럼 스며드는 기술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의료 진단, 치료에 드는 다양한 상품의 상용화에 적용된다.
암 치료에는 궁극적으로 게놈이 필요하다. 암이 게놈 병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가위(유전자 편집 기술) 같은 기술도 게놈 산업에 기반을 둔다.
질병 관리도 게놈 관리다. 지카바이러스 관리도 결국 게놈 정보가 있어야 한다.
-- 게놈 분야 이루고 싶은 성과는.
▲ 첫째는 극 질병이다. 특히 암을 퇴치하는 것이다. 암은 게놈 병이다.
둘째는 극 노화다. 이 세상 대부분 병은 늙어서 생기는 것이다. 극 노화(노화를 막고 나아가 거꾸로 회춘하게 함)는 게놈을 통하지 않고는 안 된다.
셋째 한국이 게놈 강국이 되는데 일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고급 인력과 건강·의료시스템이 세계적 수준이다. 이런 것을 잘 융합하면 미래 최고의 게놈 파생 산업을 만들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동남권이 수도권을 능가하는 미래 신경제 허브가 되고, 게놈 기반의 다양한 신성장 동력 산업에 기여하겠다. 한국의 뛰어난 민주주의와 두뇌, 인력을 활용해 게놈 강국이 되는 데 필요한 산업 인프라를 만들고 싶다.
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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