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영국…유엔총회 '영국령 섬나라 독립추진안' 통과
94개국 찬성·EU 집단기권…차고스제도 통치 적법성 국제법정 심판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유엔 총회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인도양에 있는 영국령 차고스 제도 독립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유엔 총회는 이날 차고스 제도의 법적 지위에 대해 ICJ가 권고의견을 내줄 것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94개국의 찬성으로 채택했다. 반대는 15개국이었다.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덴마크, 벨기에 등 다수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65개국은 기권했다.
모리셔스가 발의한 이번 결의안은 영국 정부가 과거 자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에서 차고스 제도를 분할, 모리셔스의 독립 후에도 해당 제도의 통치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합법적인지 ICJ가 판단해달라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일반적으로 ICJ의 권고의견 제시는 유엔총회의 공식 요청이 있을 때 이뤄진다. ICJ는 회원국과 분쟁 당사국들로부터 의견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ICJ의 판결은 통상 구속력이 없지만, 권고의견은 일부 법적 영향력과 도덕적 권위를 지닌다.
이 때문에 유엔총회의 이번 결정은 영국에 외교적 타격을 줬다는 평가다. 가디언은 "영국이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1965년 당시 자국 식민지였던 모리셔스의 일부인 차고스 제도를 모리셔스에서 떼어내 영국령 인도양 지역(BIOT)으로 편입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차고스 제도에서 가장 큰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미국 측에 임대, 현지에 미군 공군기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차고스 제도 주민 1천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모리셔스 등으로 강제 추방됐다.
모리셔스는 3년 후인 1968년 독립했다. 영국은 차고스 제도의 군사적 필요성이 없어지면 모리셔스에 다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구체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모리셔스는 영국의 행위는 독립 이전 식민지 분할을 금지한 유엔 결의안 1514호를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모리셔스는 2년 전 국제분쟁 해결기구인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영국이 차고스 제도 영토권 행사에 있어 불법적으로 행동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바 있다. 그러나 PCA 판결은 강제력이 없다.
모리셔스 법률 고문인 필리프 샌즈는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이번 표결은 식민지 독립에 대한 유엔의 지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라면서 "유엔이 ICJ가 식민주의의 종말을 지원하는 판결을 내리기를 바란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의안 채택에 대해 영국의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대사는 이 문제는 영국과 모리셔스가 직접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양자 간 현안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면서 차고스 제도는 안보상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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