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소금 한 포대 값이 초코파이 한 상자보다 싸다…풍년의 역설
"가뭄에 풍년 맞았지만…" 염전주인 마음은 소금밭
소비 감소·가격 하락·판로 축소…삼중고 부추기는 가뭄에 염전농가 시름
(영광=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가뭄에 소금 생산량은 늘었는데 팔리지도 않고 가격까지 내려가서 너무나 힘듭니다."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서 천일염을 생산하는 김상진(44)씨는 창고 가득 쌓인 소금에 삽을 찔러넣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른 더위와 가뭄에 소금은 쏟아져 나오는데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판로도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풍년이 들수록 농민은 더 힘들어지는 '풍년의 역설'이 천일염 생산 농가를 덮친 것이다.
4월부터 천일염 채취를 시작하는 김씨 염전에서는 이달 20일까지 소금 20만㎏이 생산됐다.
같은 기간 12만㎏을 채취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생산량이 66%가량 늘었다.
생산량이 늘면서 가격은 지난해 3천500원∼4천원에 형성됐던 20㎏짜리 1포대가 올해는 2천800원대로 내려갔다.
김씨는 "소금 한 포대 값이 작년에는 담배 한 갑만도 못하더니 올해는 초코파이 한 상자보다 싸다"고 넋두리했다.
계산기를 두드린 김씨는 "근로자 임금을 떼고 나면 올해 수익이 2천200만원 남짓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계산한 수익금에서 함께 염전을 일구는 가족들 품삯은 빠져있었다.
김씨는 "이 돈으로 어떻게 살겠느냐"며 "차라리 염전 그만두고 취업을 하는 게 낫겠다"고 푸념했다.
김씨 뿐만 아니라 주변 염전이 속한 영광천일염생산자협의회는 저염식 문화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 소금값 하락, 판로 축소에 삼중고를 겪고 있다.
회원들은 소금값 하락을 부추기고 작업 환경만 고되게 하는 가뭄이 원망스럽기는 벼농사를 짓는 농민과 한마음이라고 호소했다.
손재관(49) 영광천일염생산자협의회장은 "소금은 광물이 아닌 식품"이라며 "정부가 최저 생산단가 보전과 안정적인 판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소금직불제와 계통출하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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