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K' 켈리, 커터로 영글어가는 '코리안 드림'
9이닝당 탈삼진 9.33개로 대폭 상승…탈삼진 선두 질주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3년 차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9·SK 와이번스)는 한식 마니아로 유명하다.
된장찌개, 김치를 가장 좋아한다. 한국에 오자마자 찌개에 밥을 말아 먹었고, 비시즌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자택에서 쉬는 동안엔 근처에 한식 식당이 새로 생겨 행복감을 느꼈다는 영락없는 '한국형 외국인 선수'다.
몸값도 다른 팀 외국인 투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2015년 첫해 받은 연봉은 25만 달러. 지난해엔 75만 달러에 재계약했고, 올해엔 85만 달러(약 9억7천155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100만 달러를 우습게 넘는 경쟁팀 외국인 투수보단 싸지만, 기량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22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타선의 폭발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6이닝만 던지고도 2실점으로 시즌 9승(3패)째를 올린 켈리는 '코리안 드림'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진군 중이다.
켈리는 헥터 노에시(KIA·11승)를 추격하는 다승 공동 2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약간 처지는 평균자책점(3.44·10위)을 탈삼진 1위(103개)로 상쇄했다.
내구성 좋은 '이닝이터'인 켈리는 15경기에서 99⅓이닝을 던져 최다 투구 이닝에서도 헥터(14경기·97⅔이닝), 두산 유희관(14경기·97이닝)과 1위를 다툰다.
그는 이미 지난해 200⅓이닝을 던져 양현종(KIA)과 더불어 이 부문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015년에도 181이닝을 던졌다.
2015년 11승, 지난해 9승을 거둔 켈리가 올해 개인 최고 성적을 예약한 원동력은 진화한 컷 패스트볼(커터)에 있다.
SK 전력분석팀은 켈리의 패스트볼 계열 세 구종 구속이 모두 작년보다 상승했다며 상대 타자들이 속구에 헛스윙하는 비율이 높아져 주자를 누상에 내보내거나 장타를 얻어맞을 확률이 준 것으로 파악했다.
켈리는 빠른 볼 계열로 속구, 투심 패스트볼, 커터를 던진다. 투심과 속구의 구속은 시속 146∼147㎞로 작년보다 시속 1㎞ 늘었다. 시속 144㎞로 측정된 커터는 지난해보다 3㎞나 늘었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달라진 켈리를 낳았다.
특히 구속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타자들이 빠른 볼인 줄 알고 커터에 방망이를 냈다가 당하는 일이 잦다고 SK 전력분석팀은 설명을 곁들였다.
위력적인 커터 덕분에 켈리의 9이닝당 탈삼진 비율은 지난 2년 평균 6.87개에서 올해 9.33개로 대폭 상승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보배' 켈리의 보호에 나섰다. 지난해 많이 던졌고 올해에도 긴 이닝을 책임지는 점을 고려해 1선발 켈리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쪽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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