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도 ITF태권도 10년 만에 방한…"우리민족 위해 왔다"(종합)

입력 2017-06-23 19:03
수정 2017-06-24 11:13
북한 주도 ITF태권도 10년 만에 방한…"우리민족 위해 왔다"(종합)

장웅 IOC 위원 등 북한 국적 32명 포함한 시범단 36명 입국

무주 WTF 세계선수권 개폐회식 등에서 4차례 화합의 무대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국제태권도연맹(ITF)의 시범단이 10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세계태권도연맹(WTF)의 초청을 받은 ITF 시범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편으로 2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8박 9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이번에 방한한 ITF 시범단은 총 36명으로 이 가운데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ITF 명예총재와 ITF의 리용선 총재, 황호영 수석부총재, 최형철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칠 단장과 송남호 감독 등 32명이 북한 국적이다.

비행기가 베이징에서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예정 시각보다 1시간여 늦게 김포공항에 도착한 ITF 시범단은 입국장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준비한 간단한 환영 행사 뒤 바로 차량에 나눠타고 숙소가 마련된 전주로 이동했다.

리용선 ITF 총재는 전주로 이동하기 전 "우리는 이번에 우리 민족의 자랑인 태권도의 통일적 발전, 나아가서는 두 태권도가 통합해서 우리 민족을 위해 좋은 일 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리 총재는 이어 "2014년 8월에 두 연맹 사이에 맺은 합의서에 따라 오게 됐다"면서 "앞으로의 통일적 발전을 위해서, 민족을 위해서 좋은 일 많이 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ITF 시범단은 24일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리는 2017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과 30일 폐회식 등에서 시범공연을 한다. 26일에는 전주 전북도청, 28일에는 서울 국기원에서도 공연하는 등 다음 달 1일 출국하기 전까지 4차례 시범 무대에 오른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2007년 4월 이후 10년여 만이다.

당시에는 ITF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ITF 시범단이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춘천과 서울에서 두 차례 시범공연을 했다.

하지만 ITF 시범단이 한국에서 열리는 WTF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권도는 뿌리가 하나이지만 한국과 북한을 축으로 두 갈래 길을 걸어왔다.

ITF는 WTF보다 7년 앞선 1966년 서울에서 육군 소장 출신인 고(故) 최홍희 씨 주도로 창설됐다. 이후 최홍희 씨가 한국 정부와 갈등으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하고, 1980년부터 태권도 보급을 위해 북한에 사범들을 파견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쌓아 'ITF는 북한 태권도'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양 단체 간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했다. 이후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했다.

ITF 시범단의 방한으로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역사적인 방북 시범공연에 대한 가능성도 커졌다.

양 측은 이번 무주 대회 기간 WTF 시범단의 평양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할 예정이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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