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맞춤의학 시대' 온다"…세계 바이오업계 주목
빅데이터·AI·유전체 분석 산업 성장으로 토대 갖춰
미 바이오산업 박람회 폐막…"치매질환 세계 공동대응" 목소리도
(샌디에이고=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개인의 질병을 예측하고, 개인별 특성에 맞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의학'이 전 세계 바이오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바이오업계는 맞춤의학 시대 구현을 위한 유전체(유전자의 총합) 분석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확보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폐막한 '2017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단연 '유전체' 분야였다.
세계 최초로 인간의 유전체(게놈)를 완전히 해독한 크레이그 벤터 박사와 전 세계 유전체 분석 시장 1위 기업 일루미나가 별도 세션을 마련한데다 샌디에이고의 지역적 특성도 더해진 덕분이다.
샌디에이고는 바이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전체학의 수도'(the capital of genomics)로 불릴 정도로 관련 연구소와 기업이 즐비하다.
관련 기업만 100여개가 넘는다.
벤터 박사의 스타트업 '휴먼 롱제비티'와 유전체 분석 기업 일루미나도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뒀다. 일루미나는 현재 유전체 분석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인 100달러로 유전체를 분석하는 시대가 온다고 해 화제가 된 기업이다.
유전체 분석은 분석 자체의 의미보다는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의학을 실현하기 위한 토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30억개의 염기쌍으로 이뤄진 인간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어서다.
실제 벤터 박사는 이번 행사에서 '유전체학과 개인 맞춤의학의 미래' 강연에서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면 어떤 질병에 걸릴지 예측해 대응할 수 있다"며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 자체가 치료가 아닌 '예방의학'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전체 분석을 활용하면 질병 예측뿐만 아니라 병에 걸린 후에도 유전적 특성에 알맞은 적절한 약물과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 것도 맞춤의학 시대를 앞당기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인간의 방대한 유전정보가 '빅데이터' 그 자체기 때문이다.
존 반 펠트 GE헬스케어 제너럴 매니저는 기자와 만나 "개인의 질병을 발견,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게 바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력"이라며 "인공지능을 통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질병을 예측·진단할 수 있고 치료 타깃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동일한 행사에서 화두였던 알츠하이머 치매에 대한 관심도 여전했다.
인구 고령화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탓이다.
이번 행사 기조연설자로 나선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알츠하이머를 '인류 공공의 적(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캐머런은 지난 2012년 총리 당시 치매 정복을 위한 연구와 환자 관리를 국가의 최우선 정책 중 하나로 선포할 정도로 이 분야에 관심이 높은 인물이다. 올해 1월부터는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 대표를 맡아왔다.
캐머런은 "1970~1980년대 인류가 에이즈를 퇴치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였듯 이제는 모든 인류가 알츠하이머를 퇴치하기 위해 공동 전선을 펼칠 때"라고 주장했다.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은 미국 바이오기술 산업기구(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BIO)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산업 전시 및 콘퍼런스다. 올해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76개국에서 1천800여개 기업, 1만6천여명이 참여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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