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北 ICBM '美본토위협' 첫 언급…美와 주파수 맞추기

입력 2017-06-22 23:08
수정 2017-06-23 06:51
文대통령, 北 ICBM '美본토위협' 첫 언급…美와 주파수 맞추기

北미사일 '심각한 위협'이라는데 공감대 형성…美에 북핵해결 압박 의도도

사드 '과속배치' 지적…환경영향평가 정당성 확보 포석으로 풀이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머지 않아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미사일을 개발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 개발 능력을 높이 평가함으로서 최근 들어 북핵과 미사일을 실제적 위협으로 여기게 된 미국과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초보적 수준에 머물렀던 북한의 미사일 기술이 발전을 거듭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탄(ICBM) 직전 단계에 도달하자 미국은 북핵을 심각한 위협으로 바라보게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시 고도화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미국과 한국은 같은 배를 탄 처지임을 미국인에게 각인시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함께 북한의 위협을 막아내고 있는 동지임을 강조하면서 앞으로도 긴밀한 대북공조가 필요함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이 미국에게도 현실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된 만큼 미국도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정성있는 태도를 보이기 전에는 대화 자체를 외면하고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둬왔던 이른바 '전략적 인내'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흐름 속에서도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급기야 미국 본토를 직접 겨눌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데는 한·미 양국의 수장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 포스트·CBS와의 인터뷰에서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고 단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최대 압박과 개입'(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전략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의 위협수준을 높이 평가한 것은 미국이 한국 정부와 보조를 맞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제재와 압박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때부터 ▲1단계 핵동결 ▲2단계 핵폐기의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국 내에서도 유력히 거론되는 북핵 해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스승'으로 꼽히는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은 20일 한국고등교육재단 초청 강연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려할 때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인 목표'라며, 핵 '폐기'에 앞서 '동결'을 위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해결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기조와 배치되지 않음을 강조하면서 제재와 압박뿐 아니라 북한과의 대화도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올해 말까지 사드 발사대 1기만 야전배치하고 나머지 발사대 5기는 내년에 배치하기로 했다는 한·미 간 합의를 밝힌 것은 사드 배치에 절차적 문제가 있어 이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 앞서 가진 미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내용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로이터를 제외한 외신은 이를 기사화하지 않았다.

외신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을 거듭 밝힌 것은 사드 배치에 절차적 문제가 있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미국이 한국 국내 여론과 상황을 외면한 채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미국이 당초 합의와 달리 사드를 '과속배치'한 것이 밝혀진 만큼 국내법에 따라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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