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베끼기?"…방송가 '부부 별거' 닮은꼴 예능 잇따라

입력 2017-06-23 09:30
수정 2017-06-23 09:44
"또다시 베끼기?"…방송가 '부부 별거' 닮은꼴 예능 잇따라

'별거가 별거냐' '졸혼수업' '싱글와이프' 등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관찰 예능 홍수 속에 이번에는 부부를 별거시키는 예능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결혼했어요'가 스타들의 '가상 결혼'을 다룬 것과 정반대로, 실제 스타 부부를 일정기간 '가상 별거' 시키는 콘셉트의 예능이 두달 새 3편이나 등장했다. 심지어 이중 두 프로는 방송 시간마저 맞붙는다.

'발 빠른 베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지만, 세 프로 모두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스타 부부를 별거시켜라"

시작은 지난 4월1일 첫선을 보인 E채널 '별거가 별거냐'(토 오후 9시20분)다. 스타 부부의 공개 별거 리얼리티 예능인 이 프로그램에는 배우 남성진-김지영 부부, 배우 이철민 부부, 배우 사강 부부가 출연해 몇주간 별거를 하면서 싱글 라이프를 즐긴다.

'별거가 별거냐'는 E채널 최고의 히트작이 됐다. 시청률 1% 넘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E채널에서 1%를 넘어섰다.

E채널은 "'별거가 별거냐' 방송 전에 비해 E채널의 전체 시청률이 무려 24%포인트 상승했다"며 "12부로 계획했던 시즌1을 1부 더 늘려 13부로 방송하고, 9월에 시즌2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4일 시작한 MBN '따로 또 같이 부부라이프 - 졸혼수업'과 21일 시작한 SBS TV '싱글 와이프'는 모두 '별거가 별거냐'의 유사 상품이다. 심지어 두 프로그램은 수요일 밤 11시에 나란히 방송된다.

'졸혼수업'에는 배우 조민기 부부와 배우 김정현 부부가 출연한다.

'별거'라는 단어 대신 '졸혼'을 내세웠을 뿐, 콘셉트는 똑같다. 미리 졸혼 생활을 체험해본다는 취지로, 365시간(15일) 동안 서로 떨어져서 각자의 인생을 돌아본다는 구성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욜로 하우스'가 등장한다. 졸혼 체험을 할 공간에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욜로'(YOLO, You live only once)를 이름으로 붙였다.



'싱글 와이프'에는 '아내들의 낭만 일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프로그램에서 집을 떠나는 '특권'(?)은 아내에게만 주어졌다.

남편이 아내에게 '결혼 안식 휴가'를 선물하는 콘셉트로, 개그맨 남희석 부부, 배우 서현철-정재은 부부, 가수 김창렬 부부, 배우 이천희-전혜진 부부가 출연한다.

'별거가 별거냐'와 '졸혼수업'이 케이블 프로그램인 데 비해 '싱글 와이프'는 지상파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21일 첫 방송과 동시에 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은 3.8%로, 동시간 경쟁하는 MBC TV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6.9%-6.2%에 뒤지지만 스타 부부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반향이 컸다.

한주 앞서 시작한 '졸혼수업'도 첫회 3.131%, 2회 2.205%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 "당분간 비슷한 프로 계속 나올 듯"

제목과 출연진은 다르지만 콘셉트가 같은 만큼 제작진의 설명도 비슷하다.

'별거가 별거냐' 제작진은 "결혼에도 방학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진행한다"며 "이혼 조장이 아닌 부부의 행복 지수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프로젝트"라고 소개했다.

'졸혼수업' 제작진은 "욜로 하우스에서 지내면서 결혼 생활로 잠시 잊고 살았던 각자의 소중한 인생을 찾아보고, 새로운 부부관계를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싱글 와이프' 제작진은 "아내들이 일탈 여행을 떠나 '자신만의 시간'을 누리는 동안 남편들은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기회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스타 부부를 내세워야 해 세 프로그램 모두 캐스팅이 프로그램 성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 요소다.

'별거가 별거냐' 제작진은 "출연진 섭외가 가장 큰 관건"이라며 "시즌1이 성공해서 입소문이 난 만큼 시즌2 섭외에 도움을 얻을 것을 본다"고 밝혔다.

사실 별거와 졸혼 예능의 기원을 쫓으면 지난 2월 시작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2'에서 찾을 수 있다. 배우 백일섭이 실제로 '졸혼'을 선언하고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스타 아빠가 아내 없이 홀로 육아에 도전하는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있다.



이처럼 관찰 예능은 지금껏 계속 조금씩 변화와 응용을 거듭하며 걸어오고 있어, '원조'와 '짝퉁'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아이디어 차용'이라는 과정을 거쳐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발굴되고, 히트작도 탄생해 방송가에서는 끊임없이 '곁눈질'과 '응용'이 이어지고 있다. MBC TV '나혼자 산다'를 차용한 SBS TV '미운 우리 새끼'가 현재 시청률 20%를 넘나드는 '대박'을 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방송의 다양성 실종, 시청자의 피로 증가 등에 대한 지적이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하지만 방송가에서는 당분간 '별거 예능'이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E채널 관계자는 "방송가에서 한번 인기를 끈 콘셉트는 한동안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당분간 비슷한 프로그램이 계속 나올 듯하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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