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기본료 폐지' 빠진 통신비 대책, 공약 후퇴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새 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통신비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요금 할인율을 현행 20%에서 9월부터 25%로 올리고, 올해 안에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기초연금 수급 대상 노인과 저소득층의 통신료를 월 1만1천 원 깎아주는 것이 핵심이다. 요금 할인제는 가입자가 이동통신사와 일정 기간의 사용 약정을 맺으면 해당 기간의 통신료를 할인해주는 것이다. 전국의 버스와 지하철, 초중고 학교, 공공기관 등에 와이파이를 깔아 무료로 쓰게 하고, 2만 원대 보편적 데이터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은 중·장기 대책에 포함됐다. 법 개정이나 예산을 확보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으로 논란의 초점이 됐던 '기본료 폐지'는 단기 과제에서 빠졌다. 대신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중장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국정위는 요금 할인율이 오르면 이통사 가입자에게 연간 1조 원 가까운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평균 요금(4만 원)을 기준으로 5% 추가 할인하면 기존 가입자는 월 2천 원, 신규 가입자는 1만 원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단말기 보조금을 받는 대신 요금 할인제를 선택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부분까지 고려해 추계한 액수다. 또 기초연금 수급자(193만 명), 저소득층(136만 명)에 대해 월 1만1천 원을 일괄 감면하면 최대 5천173억 원의 혜택이 생기고, 전기통신사업법과 고시를 개정해 보편적 요금제를 도입하면 연간 최대 2조2천억 원의 통신료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국정위에 따르면 이런저런 수혜를 합치면 이번 대책으로 연간 최대 4조6천억 원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모든 휴대폰 가입자에게 기본료(월 1만1천 원)만큼 절감 효과가 생기는 '기본료 폐지' 공약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민단체들이 '공약 후퇴'라고 해도 할 말은 없게 됐다.
문 대통령의 '기본료 폐지' 공약은 매력적이다. 휴대폰 가입자가 나라 인구보다 많은 5천500만 명에 이르니 공약이 그대로 이행됐다면 국민의 환호를 받았을 것이다. 국정위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업무보고까지 거부하며 압박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 공약이라고 이행하기 어려운 것을 뻔히 알면서 억지로 밀어붙이는 것은 길게 볼 때 득보다 실이 클 것이다. 모든 일에는 이해당사자가 있기 마련이다. 국민의 통신료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고 해도 이통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맞다.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이동통신업계 매출은 연간 7조2천억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기본료 폐지를 장기 과제로 넘기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을 찾은 것은 그래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는 향후 보편적 요금제 등을 도입하기 위해 법 개정을 할 때도 이번처럼 합리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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