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비위' 경찰 수사결과 발표에 서울시·시의회 '반발'
도시교통본부장 "수사 시작 창대, 마무리는 형편없어" 비판
시의회, 시의원 기밀누설 혐의에 "의정활동 과정 자문받은 것"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경찰이 22일 버스업체 비위에 연루된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소속 공무원과 시의원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시 고위공무원과 시의회가 강한 어조로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를 이끄는 윤준병 도시교통본부장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CNG 버스 불법 구조개조에 대한 경찰 수사 유감'이라는 제목의 장문 글을 통해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윤 본부장은 "(경찰 수사는) 시작은 창대했지만 마무리는 형편없는 모양새"라며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해야 하지만, 수사 마무리 과정에서 범죄 혐의를 잘못 가졌다는 사실 등 잘못된 부분도 제대로 시민에게 알렸어야 했다. 유감스럽게도 고해성사가 없어 아쉽다"고 적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버스업체 대표 조모(51)씨로부터 갤럭시탭과 갈비 세트 등을 받은 혐의로 서울시 팀장급 공무원 2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또 조씨에게 공항 리무진 면허 관련 평가 위원회 정보가 담긴 문서를 건넨 혐의로 시의원 1명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조씨가 노후 시내버스 압축천연가스(CNG) 용기 교체 자격이 없었음에도 다른 회사 수리를 맡았던 점에 주목했다. 경찰은 당초 여기에 서울시가 연루됐다고 봤고, 이에 따라 소속 공무원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도 흘러나왔다.
윤 본부장은 그러나 이를 두고 경찰이 관련 업무의 기초도 확인하지 못했다며 '부실수사'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그는 "3월 광진경찰서가 서울시 도시교통본부를 압수수색하면서 제시한 영장에도 이 혐의가 적시돼 있었다"며 "그러나 사실은 당시 지식경제부가 CNG 용기 교체업체를 지정했고, 서울시는 중앙정부의 지시에 따라 교체작업을 진행한 것뿐이어서 혐의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윤 본부장은 또 수사 과정에서 전·현직 공무원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염두에 두고 "과잉 수사에 대한 의혹도 명확히 확인했어야 한다"며 "내가 경험한 내용만으로도 경찰이 '인권경찰'로 평가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앞서 "욕설이나 강압 수사는 없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윤 본부장은 검찰에 넘겨진 공무원의 수뢰 혐의에 대해서도 "구청에 근무할 때 받은 선물을 토대로 CNG 버스 관련 수뢰 혐의가 있다고 하면 정당하겠느냐"고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페이스북 글에는 서울시 고위공무원과 산하 기관장 등 여럿이 '좋아요'를 눌러 내부 분위기를 짐작케 했다.
서울시의회도 소속 시의원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시의회는 "업체의 부탁을 받고 문서를 건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시의원이 현황 파악을 위해 자문을 의뢰한 것"이라며 "이 자료는 사건의 본질인 '불법 개조'와 전혀 관계가 없는 자료다. 의정활동 과정에서 현황 파악을 위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자문을 받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또 "공항 리무진 버스에는 서울시 예산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며 "시의원이 부탁을 받고 자료를 제공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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