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맥주 사업자 기준 확대 검토…종량세 개편은 장기과제"
기재부 에너지·환경세제과장 "국내 주류업체 과세표준 개정 쉽지 않아"
조세연,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정부가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격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주세과세 체계를 술 도수에 따라 부과하는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은 "당장은 어렵고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제"라고 밝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 발제를 맡은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 중립적(세수의 변화가 없는 상태)인 주류 종량세로 개편은 절대 정책 목표를 충족할 수 없다"며 "종량세로 바꾸려면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주세율 체계에 내재화하는 것이 전제돼야만 의미를 갖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주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금을 적게 내는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시설 기준을 현행 75㎘에서 120∼15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이은 토론에 참석한 윤승출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우선 소규모 맥주 사업자의 기준을 확대하는 방안은 공감한다"며 "확대 수준은 더 고민해야 하지만 세법 시행령을 개정할 때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주세 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올해 결론 내기는 어렵고 주류 산업과 국민건강을 고려해 장기과제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주세는 가격에 따라 매겨지다 보니 일반 희석식 소주는 세금이 싸지만, 위스키나 와인처럼 가격이 비싼 술은 세금도 비싸다.
그러다 보니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일반 희석식 소주의 가격이 너무 싸 청소년의 진입장벽이 낮고 음주로 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국가들처럼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종량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이 경우 서민들의 기호 식품인 저가 소주에 부과하는 세금이 너무 커지고 고급 와인에 물리는 세금은 떨어지는 역진성이 생길 수 있다.
윤 과장은 "종량제로 가면 희석식 소주 가격이 올라가는데 담뱃세 논란처럼 소주 가격 인상을 국민이 얼마나 저항 없이 받아들일지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과세표준 차이로 국내 주류 회사가 받는 차별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고민하는 내용이지만 모두가 원하는 해결책은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는 세금을 계산할 때 생산 가격에 판매관리비와 영업비 제조사 마진 등 각종 비용을 합해 나오는 출고가를 기준으로 매긴다.
그러나 수입 맥주는 '수입신고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수입업체가 맥주를 얼마에 사 오든 관계없이 가격을 싸게 신고해 세금은 적게 부담하고 유통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맥주나 수입 맥주나 세율은 같지만, 과세표준이 달라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이 더 적다.
윤 과장은 "맥주만 과세표준 규정을 바꾼다면 반출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개별소비세 과세체계 근간을 바꾸게 되고 수입 주류에 대한 과세표준을 바꾸자니 통상마찰이 있을 수 있어 해결이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국내 맥주의 제조 단계와 판매 단계를 구분해 제조 단계에서 세금을 물리자는 의견도 있는데 이는 국세청과 상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윤 과장 외에도 이날 토론에 참석한 강성태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장은 "외국의 사례를 봐도 종량세로 전환한다고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정책 목적은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국내 주류 산업만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술이 너무 싸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많아 주세 개편을 통해 세 부담을 올리면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주세를 걷어 지금처럼 목적세처럼 쓰지 말고 국민건강을 위해 사용해야 서민들도 세 부담 증가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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