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당했다"…허위신고해 도박사이트 등친 조폭

입력 2017-06-22 12:00
"보이스피싱 당했다"…허위신고해 도박사이트 등친 조폭

'지급정지' 구제제도 악용…수협 직원도 가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당했다며 도박사이트 계좌에 대해 지급정지를 신청한 뒤 이를 빌미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등친 조직폭력배 등 일당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허위로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한 뒤 계좌 주인에게서 돈을 뜯은 혐의(공갈·사기 등)로 전남 목포지역 폭력조직 구성원 박모(30)씨와 김모(30)씨 등 4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 목포 S파 조직원들은 2012년 7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약 220회에 걸쳐 도박사이트 운영자 계좌에 소액의 돈을 입금한 뒤 보이스피싱 허위신고를 하고, 이 신고를 취소해주는 조건으로 계좌 주인에게 총 5억여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S파의 범행 소식을 들은 김씨 등 같은 지역 O파 조직원들도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284회에 걸쳐 비슷한 수법으로 7천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지급정지를 신청하면 금융기관이 피해를 막으려고 일단 해당 계좌의 인출을 막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금융기관은 신고자가 신고를 취소하지 않으면 최장 17일 동안 계좌를 막아두는데,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그렇게 오랜 기간 사이트 운영을 쉴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도박사이트 운영이 불법이므로 운영자들이 쉽사리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없으리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범행했다.

이들은 정보입수·지급정지·협박·인출 등으로 역할을 나눈 '지급정지팀'을 결성하고, 모텔과 아파트에 합숙하면서 전문적·계획적으로 범행했다.

박씨는 특히 범행 기간에 수협 직원으로 일하면서 계좌를 무단 조회해 다른 조직원들에게 계좌 정보를 넘기기도 했다.

박씨는 절도 사실이 적발돼 수협에서 퇴사한 이후에도 단독으로 100여 차례 같은 수법으로 1천300만원을 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에서 허위신고 의심자 자료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유사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을 지속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허위신고가 빈발함에 따라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허위신고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했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com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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