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에 더 이상 보호비 안낸다"
마피아 본산 伊 시칠리아, 反 마피아 문화혁명 전개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이탈리아의 유명 관광지 시칠리아 섬의 주도인 팔레르모. 유명한 경관만큼이나 한편으로 이탈리아의 폭력조직 마피아의 본산으로도 유명하다. 이른바 '명문' 마피아 가(家)들이 대를 이어 섬의 정치와 경제를 장악하고 있다.
올해는 마피아의 전횡을 단죄하기 위해 나섰던 이탈리아의 치안판사 지오바니 팔코네와 파롤로 보르셀리노가 마피아 조직 코사 노스트라에 의해 피살된 지 25년이 되는 해이다.
팔레르모 주민들이 이를 계기로 마피아의 어두운 유산을 씻어내기 위한 대대적인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21일 전했다.
주민들이 마피아의 불법행위를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이를 고발해 그동안 팔레르모에 팽배해온 마피아 권력정치 문화로부터 단절한다는 것이다.
이 운동은 반(反)마피아 민간단체(NGO)인 '아디오피초'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갈취여 안녕'이라는 의미이다. 더이상 마피아의 갈취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정부와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아디오피초는 지난 2010년 국가가 마피아로부터 몰수한 빌딩에 첫 사무소를 연 후 이제는 1천여 회원 업체를 포함하는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회원 업체들은 마피아 조직에 더이상 이른바 '보호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아디오피초는 지역 당국과 협력해 회원들에게 도덕적, 법적, 사회적 지원을 제공한다. 아디오피초의 슬로건은 "우리는 지불하지 않는 사람(업체)들에게 지불한다"이며 현지 주민이나 관광객들에 보호비를 지불하지 않는 업체들을 선택하도록 권유한다. 주민이나 관광객들에게 '윤리적 쇼핑'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아디오피초는 또 EU의 지원으로 자체 여행사를 설립하고 '갈취 없는 투어'를 주선하고 있다.
아디오피초의 활동은 마피아에게 타격이 되고 있다. 마피아에 의한 이탈리아 지하 경제 규모는 지난 2008년 기준 150억 유로(약 18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시칠리아는 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기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아직 높은 실업률과 이민율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인접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부터 많은 이민이 몰려오면서 마피아의 수익원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미래가 불확실한 불안한 지역에서 아디오피초 같은 단체들이 지역민들에게 과거와 단절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아디오피초에 가입한 회원사들은 가게 전면에 아디오피초 로고를 부착하고 있다. 마피아들은 최근 아디오피초 회원사들에 대해서는 '영업'을 포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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