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철제 우리에 갇혔다가 도살…"식용 개농장 폐쇄해야"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개들이 철제 우리 안에 온종일 위태롭게 서 있다. 철제 우리의 바닥은 발이 빠지는 철망이다. 철망을 통과한 분뇨는 바닥에서 악취를 풍기며 부글부글 끓는다.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우리 안에 물그릇은 없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과 동물보호단체 카라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한 '식용 개농장'의 실태다.
이들이 지난해 8월부터 11개월 간 전국 식용 개농장 20여곳의 사육환경과 분뇨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해당 농장의 개들은 모두 바닥에서 일정 간격을 띄우고 설치된 철제 우리인 '뜬장' 안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이런 뜬장은 분뇨가 철망을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육자 입장에서는 처리가 수월하다. 그러나 개들은 발이 빠지는 철망 위에 체중을 싣다 보니 발이 퉁퉁 붓는다. 우리 크기가 작아 몸을 제대로 뻗을 수 없거나 한쪽으로만 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전국 식용 개농장 2천862곳 가운데 99%가 분뇨를 '퇴비화'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고 관할 관청에 신고했다.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분뇨가 떨어지는 땅 위에 비닐만 깔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대상 농장들에서는 분뇨가 그대로 땅에 스며들고 있었다. 한 농장의 분뇨 더미를 막대기로 찔러보니 20㎝나 푹 들어갔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간 분뇨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식용 개농장에 내려진 행정처분은 357건이다.
카라 관계자는 "현장에서 보이는 분뇨 처리 미비 실태와 괴리가 큰 수치"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식용 개농장에서 사육되는 개는 78만1천740마리로 개농장 한 곳당 평균 273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의원과 카라는 신고되지 않은 18평 이하 중소규모 개농장까지 더하면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의원은 "중국, 베트남 등 개식용 문화가 남아있는 국가들이 있지만, 식용을 위한 개를 1천마리 이상 사육하는 농장이 운영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면서 "반려동물 1천만인 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식용 개농장'을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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