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 인간싸움에 애꿎은 낙타·양까지 추방당해
사우디, 자국 임대 방목지에서 지내던 카타르 낙타·양 2만5천마리 내쫓아
"낙타 밀입국 방지 장벽 설치 추진" 풍자 기사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5일 카타르와 단교하고 경제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인간들 싸움 때문에 애꿎은 낙타와 양들마저 사우디에서 추방당하는 등 고생하고 있다.
카타르는 워낙 땅이 작아 사우디 방목지를 빌려 낙타와 양을 키우고 있는데, 사우디가 자국 내 카타르인들에게 2주간 안에 떠나도록 명령한 데 이어 이들 소유 낙타와 양도 모두 나가라고 내쫓아 낙타 1만5천 마리, 양 1만 마리가 국경을 넘어 카타르에 입국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지난 2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카타르 당국은 한꺼번에 밀어닥친 엄청난 수의 낙타와 양이 먹을 물과 먹이 문제 해결을 위해 물과 꼴을 실은 차들을 국경에 긴급 설치한 비상 보호시설에 보냈다.
평소 사우디 방목지와 카타르 집을 오가며 돌보던 낙타와 양들을 국경에서 맞은 주인들은 사우디의 갑작스러운 낙타 추방 통보와 기진맥진한 낙타 상태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사우디는 낙타 송환 통보 전에 낙타와 양들을 국경에 모아놓는 바람에 이들 동물은 수일간 전기봉과 곤봉, 차량 등을 이용한 몰이, 물과 사료 부족, 고온 등으로 인해 고통을 겪다 많은 수가 죽었다고 걸프타임스는 22일 보도했다. 24시간내 송환 방침을 18일 통보했다는 것이다. 포린 폴리시에 따르면 "카타르인들은 19일 자국 신문들에 실린 굶주린 낙타 떼 사진을 보고 분노했다."
카타르인들은 앞바다에서 초대형 가스전이 발견되기 전만 해도 낙타 유목민으로 낙타 젖과 고기, 가죽에 의존해 살았다. 낙타는 여전히 젖과 고기 공급원 역할을 하지만 낙타 경주나 우량 낙타 선발 대회 등을 통해 과거 전통을 살리는 목적으로도 사육되고 있다.
카타르 단교 사태 후 한 카타르 사업가는 우유 공급 부족에 대처해 소 4천 마리를 공수해 들이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현지에선, 사우디가 멕시코 불법이민 방지용 장벽을 세우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차용, 카타르 낙타와 양의 잠입을 막기 위해 카타르와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것을 추진키로 했다는 풍자 기사도 등장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