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한테 또 지다니"…보선 패배로 충격 휩싸인 美민주당
펠로시 등 지도부 사퇴론 거론 내분 양상…"강력한 경제 메시지 내놔야" 의견도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내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탈환을 노리는 미국 민주당이 최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연전연패를 당하며 내분에 휩싸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에도 반사이익조차 누리지 못한 보선 결과에 민주당 내에서는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조지아 주(州) 6지역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5지역에서 각각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모두 패배, 올해 들어 보궐선거 4전 전패를 기록한 것이 내분의 불씨를 댕겼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심판대로 전국적인 관심을 끈 조지아 보선에 3천만 달러(약 342억원)의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쏟아붓고도 진 것이 결정타가 됐다.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심판론보다 오히려 펠로시 원내대표를 타깃으로 한 공화당의 캠페인 전략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당혹감과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진보주의자인 펠로시 원내대표는 우파 진영에서 비호감도가 높아 공화당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에도 공화당은 조지아에 출마한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가 펠로시 원내대표의 꼭두각시라는 내용의 선거광고를 집중적으로 방영해 효과를 봤다.
그러자 지도부에 비판적이었던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펠로시 원내대표의 사임을 비롯한 지도부 교체를 공론화하고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토니 카디너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하원 선거위원회(DCCC) 회의에서 "당의 정치적 명운에 미치는 펠로시 원내대표의 영향력에 대해 공개 대화를 해야 한다"며 이번 선거에서의 펠로시 원내대표의 역할을 비판했다.
세스 몰턴(매사추세츠) 의원은 "민주당은 선거에서 또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당 지도부를 물갈이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캐슬린 라이스(뉴욕) 의원도 CNN 인터뷰에서 "당 지도부 전체가 물러나야 한다"고 했고, 작년 하원 원내대표직을 놓고 펠로시와 경쟁했던 팀 라이언(오하이오) 의원은 "우리 브랜드가 트럼프보다 나쁘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당이 정쟁보다는 경제 이슈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경제 문제에 관해 좀 더 분명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내놔야 내년 중간선거에서 선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DCCC 회의에서도 참석 의원들은 경제 관련 메시지를 주로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비 딩겔(미시간) 의원은 "우리는 건강보험, 무역, 세금정책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층의 두려움과 걱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에는 그만 집착하라"고 주장했다.
하킴 제프리스(뉴욕) 의원도 "우리 당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집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도부도 공화당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보수 강세 지역에서 접전을 펼친 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며 퇴진론에 맞섰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불행히도 졌지만 저쪽(공화당)에도 좋은 뉴스는 아니었다. 우리는 그들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만들었다"며 선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속 의원들에게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돌렸다.
DCCC 위원장인 벤 레이 루한(뉴멕시코) 의원도 "패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했고, 민주당 하원 '2인자'인 스테니 호이어(메릴랜드) 원내총무도 "우리는 공화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지역구에서 이길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패배는 패배", "2등은 충분하지 않다"는 등의 비판적인 반응이 다수라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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