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세율 인상 없는 주세의 종량세 전환, 개편 실익 없어"

입력 2017-06-22 10:00
수정 2017-06-22 10:02
"실효세율 인상 없는 주세의 종량세 전환, 개편 실익 없어"

사회적 비용 반영 못하고 고가주 세 부담만 인하

주류산업 육성 위해선 제조시설기준 따른 세 경감 혜택 늘려야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주세를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실효세율을 올리지 않으면 개편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비자가 다양한 술을 맛볼 수 있도록 하려면 소규모 주류 제조업체에 대한 세 경감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세 과세체계의 합리적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세수 중립적(세수의 변화가 없는 상태)인 주류 종량세로 개편은 절대 정책 목표를 충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에서 술은 가격에 비례해 세금이 책정되는 종가세를 따른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등 대부분 선진국은 주류의 부피, 무게에 따라 세율을 책정하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다.

종가세는 싼 술일수록 낮은 세율, 비싼 술일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돼 역진성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반면 음주 운전, 음주와 관련한 각종 질병과 그에 따른 의료비 지출 증가 등 음주의 폐해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교정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음주에 따른 비용이 커지지만 종가세로는 음주량과 관련 없이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최근 점차 음주와 관련된 사건·사고 등이 잦아지며 국내에서도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주세율 체계를 종가세 대신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성 교수는 "국내에서 나오는 종량세 체계로 전환 주장은 고가주를 파는 수입업체, 제조·판매업체들이 대부분"이라며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저가주 중심의 종량세율 체계로 전환해 주세 부담액을 축소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성 교수에 따르면 국내처럼 종가세 체계를 오래 유지한 국가에서는 중·고가주보다 저가주가 주류 시장의 주요 주종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이 적용되던 중·고가주의 실효세율은 떨어지고 저가주 실효세율은 높아진다.

저가주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이 커지고 국내 주류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성 교수는 증류주를 기준으로 현재 총 주세 수준을 유지하면서 종량세를 도입한다고 가정한 결과 알코올도수가 20%인 희석식 소주의 주세액은 10.95% 늘어나는 반면, 도수 40%인 위스키의 주세액은 72.44%가 감소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의 주세부담은 6.9% 늘고 고소득층인 소득 10분위의 주세부담은 3.9% 감소하는 등 소득재분배적 관점에서도 불평등이 커졌다.

성 교수는 "현재 주세 세수가 음주의 사회적 비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세수 중립적인 종량세율 체계로의 개편은 기능상 무의미하다"며 "음주의 사회적 비용을 주세율 체계에 내재화하는 것이 전제돼야만 의미를 갖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정적인 효과를 키우지 않고 종량세의 본래 취지인 음주를 억제하려면 실효세율을 함께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음주에 따른 사회적 비용보다 주세 세수는 턱없이 작다.

연구 별로 다르지만 음주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약 14조∼24조원에 달하지만 한국의 주세 세수는 2015년 기준 3조2천269만6천600만원에 그친다.

성 교수는 "종량세율 체계로 전환하려면 주세 세수는 현재보다 3∼4배 정도 더 높아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사회적 비용 측면이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주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에 대한 세율을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현재 정부는 저장·담금조의 용량이 75㎘ 이하인 소규모 맥주 사업자에게 생산량에 따라 20∼60% 세금 경감 혜택을 주고 있지만 75㎘ 기준이 너무 낮다는 목소리가 크다.

성 교수는 "OECD 주요국의 경우 시설기준이 120∼150㎘ 수준으로 환산된다"며 "우리나라 현행 시설기준을 이에 맞춰 1.6배에서 2배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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