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로마 첫 女시장, 기소 위기…"기대주에서 애물단지로"

입력 2017-06-21 19:19
伊로마 첫 女시장, 기소 위기…"기대주에서 애물단지로"

인사 관련 직권 남용 등의 혐의…집권 노리는 오성운동에 타격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로마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이 된 비르지니아 라지(38)가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하며 취임 1년 만에 신데렐라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1일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라지 시장의 부적절한 시청 고위직 임명과 관련한 사건을 조사해온 로마 검찰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라지 시장을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라지 시장은 로마 시청 공무원인 살바토레 로메오를 기존 연봉보다 3배 올려주며 로마시 정무 사무국장으로 임명한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작년 말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자신의 측근 라파엘레 마라 전 로마시 인사국장의 동생 레나토 마라를 로마시 관광국장으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서는 사기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라지 시장은 이로써 취임 1년 만에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을 대표하는 신진 스타에서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로 추락하며 당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됐다.

기성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며 유권자들을 공략, 창당 8년 만에 집권을 노릴 정도로 급성장한 오성운동은 수도 로마 시에서 행정 능력을 입증하며 정권을 잡는다는 구상이었으나, 라지 시장의 계속된 헛발질 탓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라지 시장의 무능력과 로마 시정의 실패는 오성운동이 지난 5일 치러진 지방선거 1차투표에서 당 대표인 베페 그릴로의 고향 제노바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서 결선 투표 진출자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할 만큼 참패한 것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로마는 라지 시장이 취임 1년이 지나도록 시 내각 구성을 완료하지 못할 정도의 거듭된 인사 참사와 시청 고위 관리들의 잇딴 부패 연루 등의 추문 속에 라지 시장이 취임 전 공약으로 내건 쓰레기 문제, 곳곳에 구멍이 뚫린 도로 재정비, 열악한 대중 교통 상황 등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해 시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조반니 오르시나 로마 루이스 대학 교수는 AFP통신에 현 상황에 대해 "라지 시장은 이제 오성운동 내부에서도 자산이라기보다는 부담으로 여겨진다"며 "라지는 공식석상에서 발언하거나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오성운동은 로마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오성운동으로서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라지 시장은 법정에 서야 하는 처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당히 평온하다. 혐의를 해명할 문서를 곧 제출할 것"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기소되더라도 사퇴하지 않고 계속 시정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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