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추락 英 메이, 의회에 "겸손과 결의" 다짐

입력 2017-06-21 18:38
리더십 추락 英 메이, 의회에 "겸손과 결의" 다짐

의회서 여왕 연설…브렉시트 관련법 등 메이 정부 입법계획 공개

28~29일 의회 표결 통과하면 메이 정부 출범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조기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영국 하원이 테리사 메이 총리의 "겸손과 결의" 다짐 속에서 2년간의 회기를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1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의회 회기 개시를 뜻하는 '여왕 연설'을 한다. 여왕 연설문은 내각이 이번 회기 추진할 주요 입법계획들로 내각이 작성한 것을 여왕이 읽는다.

여왕 연설에 앞서 메이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선거 결과는 우리가 바랐던 바는 아니지만 이 정부는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에 겸손과 결의로 대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브렉시트를 올바르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는 지난해 국민투표 결과를 이행하는 올바른 브렉시트를 (브렉시트 협상) 합의를 얻는 것과 최대한의 국민 지지를 얻는 방식으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이번 조기총선에서 기존보다 13석이 줄어든 318석을 얻어 과반(326석)을 상실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보수당 소수정부 출범을 위해 중도 우파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인 민주연합당(DUP)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여왕 연설에 담길 핵심 입법계획은 오는 2019년 3월로 예정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관련된 것들이다.

'대폐기법안'(Great Repeal Bill)이 대표적이다. 1972년 영국이 EU에 가입하면서 제정된 '유럽공동체법'을 폐지하고, EU 법의 약 2만개 부분을 영국 법령에 옮기는 것을 의도로 하는 법안이다.

이 작업은 영국과 EU 집행위원회가 시작한 브렉시트 협상 합의안을 반영해 진행된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된 모든 법안은 영국이 EU를 떠난 이후 발효된다.

대폐기법안은 방대한 입법 작업을 고려해 '옮겨붙이기' 수준의 경우엔 정부가 의회 심사절차 없이 행정입법으로 처리하는 기술적 입법방식을 허용한다.

여왕 연설에는 이외에도 메이 총리가 강조한 '보통의 근로자 가정'을 지원하는 법안들과 잇단 테러 여파로 대테러 대처 법안 패키지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대신 논란이 돼온 공립 그래머스쿨 신설과 저학년 초등학생 무상급식 중단, 의원수 축소 등의 보수당 공약들은 여왕 연설에서 제외될 것으로 FT는 예상했다.

의회는 여왕 연설에 담긴 입법계획들을 놓고 논의를 진행한 뒤 오는 28~29일 표결을 벌인다.

부결되면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소수정부는 붕괴하지만 보수당-DUP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어서 메이 정부 출범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후 영국 의회에선 본격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가면서 '하드 브렉시트' 진로를 놓고 격론에 빠져들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EU 시민 이민 억제를 위해 EU 기본 원칙인 '사람 이동의 자유'를 중단하고 유럽사법재판소(ECJ)로부터 독립을 얻고자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이탈을 감수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해왔다.

하지만 야권과 보수당 일각에선 더 유연한 소프트 브렉시트를 바라고 있다.

특히 총선 참패로 메이 총리의 당내 리더십이 추락해 영국 정치권은 브렉시트 논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당을 지지하는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악의 선거 결과를 가져온 메이 총리가 2022년 차기 총선을 이끌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보수당 내 지배적 인식이라면서 메이 총리를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과도 총리'로 표현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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