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 무주 딛고 평창으로…남북교류 물꼬트는 태권도

입력 2017-06-22 06:10
수정 2017-06-22 08:54
[세계태권도] 무주 딛고 평창으로…남북교류 물꼬트는 태권도

북한 주도 ITF 시범단 방한 공연…WTF 시범단 9월 평양 방문도 협의

IOC 장웅 위원·바흐 위원장에 우리 정부 '평화 올림픽' 구상 전달 기회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릴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맞춰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의 역사적인 방한 공연이 성사되면서 남북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비록 국제경기단체를 매개로 한 것이긴 하지만 ITF 시범단의 방한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ITF 시범단은 WTF의 초청으로 23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24일 WTF 세계선수권대회 개회식 공연을 시작으로 4차례 시범공연을 펼친 뒤 7월 1일 출국할 예정이다.

WTF는 한국, ITF는 북한 주도로 발전해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2007년 ITF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장웅 당시 총재를 비롯한 ITF 시범단이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춘천과 서울에서 시범공연을 한 적이 있다.

이후 ITF 시범단은 10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 하지만 한국에서 열린 WTF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방한할 ITF 시범단은 총 36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ITF 명예총재를 비롯한 ITF의 리용선 총재, 황호영 수석부총재, 최형철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칠 단장과 송남호 감독 등 32명이 북한 국적이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양 단체 간 맺은 합의의정서에 따른 것이다.

WTF와 ITF는 2014년 8월 유스올림픽이 열린 중국 난징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을 약속한 합의의정서를 채택했다. 이후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ITF 시범단이 WTF 주관 대회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시범공연을 했다.

그러고는 마침내 ITF가 WTF 행사에서 시범을 보이기 위해 남한까지 찾게 됐다.

ITF 시범단의 방한은 끝이 아니다. WTF와 ITF는 오는 9월 평양에서 열릴 I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때 WTF 시범단의 방북 시범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이번 무주 대회 기간 양측은 WTF 시범단의 평양 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세계대회는 태권도를 넘어서 남북교류 확대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크다.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시범단과 함께 이번 대회 기간 내내 한국에 머물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30일 대회 폐회식 참석 등을 위해 29일 방한한다.

우리 정부는 당장 내년 2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릴 2018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도록 하려고 바흐 IOC 위원장과 장웅 위원에게 협조를 구할 계획이다.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0일 평창올림픽 개최 준비 현장을 둘러본 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끌어내는 과정을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단일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바흐 위원장이 예정했던 출국 일정을 늦춰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한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평화 올림픽' 구상을 직접 전달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hosu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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