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스쿠버다이빙, 평온한 바닷속 유영하다
(울진=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바닷속 세상은 평화롭고 아름답다. 육지와 전혀 다른 풍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을 나는 듯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면 각양각색 해양생물도 만날 수 있다.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알려진 경북 울진에서 스쿠버다이빙에 도전한 이들을 만났다.
지난 6월 9일 오후 8시, 울진군 매화면 오산리에 있는 울진해양레포츠센터 풀(Pool)이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졌다. 이곳은 연중 25도 내외의 수온을 유지하는 5m 깊이의 국내 최대(세계 3위) 스쿠버 풀이다. 검정 잠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였고, 한쪽에는 공기통과 부력조절기, 수경, 오리발, 웨이트 벨트 등 스쿠버다이빙 장비가 가지런하게 진열돼 있었다.
◇ 깊이 5m 풀에서 배우는 서바이벌 요령
"어제 핀 피벗(Fin Pivot, 바닥에서 부력 잡기) 배웠죠. 핀 피벗을 하면서 어느 정도 수심을 맞춘 다음에 공기 고갈 수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그때부터는 한 번의 숨으로 9m를 가야 해요. 그대로 수평으로 간다고 보면 돼요. 한 번에 공기를 가득 마시고 가는 겁니다."
초급반(오픈 워터 자격증 과정) 참가자를 대상으로 하는 3일째 일정. 이날 교육 내용은 수중에서 공기가 고갈됐을 때 대처법, 다리에 쥐가 났을 때 경련 없애는 법, 호흡기에서 공기가 방출될 때 대응 요령 등 위급 상황에 직면했을 때 서바이벌(생존)할 수 있는 비법이다. 교육생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강사의 말과 동작에 집중했다.
이론과 시범 교육이 끝난 후 참가자들은 웨이트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부력조절기를 착용했다. 이어 오리발을 신고 공기통을 짊어진 채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부력조절기의 공기를 빼기 위해 디플레이터를 누르자 교육생들은 수면에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5m 아래 바닥까지 내려갔다.
센터 1층으로 이동하자 커다란 관망창 너머로 투명한 푸른 빛깔의 풀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수중에서는 교육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육을 받고 있었다. 의사소통은 어렵지만 강사의 동작을 한 명씩 따라 하며 비상시 대응 요령을 하나씩 익힌다.
다른 한쪽에서는 중급자 대상 특별 과정이 진행됐다. '로고시스'라는 수중통신장비를 이용해 물속에서 수신호 대신 말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법을 익히는 훈련이다. 귀에 호루라기 모양의 로고시스를 장착한 참가자들은 차례대로 물속에서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는 훈련을 했다. 처음 무슨 말인지 모를 정도로 부정확했던 발음이 조금씩 또렷하게 들려왔다.
약 2시간의 교육이 끝나고 수영장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물속에서의 훈련이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교육 과정을 안전하게 통과했다는 뿌듯함이 묻어있었다.
다음날 오전 초급자들은 울진해양레포츠센터 앞바다 해변에 모였다. 지난 3일간 배운 내용을 실제 바닷속에서 복습하는 시간이다. 수영장과 달리 조류나 파도, 장애물이 있는 바다에서의 훈련은 필수 과정이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이들은 바닷속으로 걸어 들어가 이내 물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 울진, 다이빙 포인트 많고 수심 다양해
울진이 스쿠버다이빙 명소로 관심을 끄는 것은 인근 해역에 왕돌초, 거북초, 울진 관광형 바다목장 등 다이빙 포인트가 많고 다양한 해양생물이 서식하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스쿠버리조트도 20여 개나 있다.
왕돌초는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곳에 있는 수중 바위다. '북짬' '중간짬' '남짬'이라 불리는 봉우리 3개를 거느린 약 15㎢의 바위로 '수중 금강산'으로도 불린다. 전반적으로 수심은 40~60m지만 봉우리 부분은 3~10m여서 실력에 상관없이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 자리돔, 볼락, 용치놀래기, 부시리, 볼락 등 어류와 다양한 해상 생물이 살고 있어 다이빙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덕신해변 동쪽 해저에 있는 거북초는 동서 700m, 남북 2.5㎞의 광대한 암반지대로 1.5~40m의 다양한 수심대가 있고, 후포리에서 구산리 앞바다에 걸친 울진 관광형 바다목장은 퇴역군함을 이용한 구조물과 인공어초 등 인공구조물 40여 개가 있어 특별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백원영 울진해양레포츠센터 교육팀장은 "울진 바다는 암초와 해양생물 등 볼거리가 많고 다이빙 포인트가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며 "수심이 다양해 초급부터 고급 단계의 다이버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 수중 세계 제대로 보려면 자격증 따야
스쿠버(SCUBA)는 'self-contained underwater breathing apparatus'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자급식 수중 호흡장치'라는 뜻이다. 스쿠버다이빙은 공기통, 호흡조절기, 부력조절기 등 자급식 수중 호흡장치를 갖추고 잠수하는 것을 말한다. 수경, 스노클, 잠수복, 오리발 등 자기호흡으로 수중에서 유영하는 것을 스킨다이빙이라고 하는데, 스쿠버다이빙에는 스킨다이빙 장비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므로 스쿠버다이빙을 흔히 '스킨스쿠버'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가호흡이 아니라 외부 장치가 공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하려면 안전교육이 필수적이다. 안전교육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오픈워터 자격증 취득이다. 자격증 취득에는 보통 3~5일 걸린다. 수영을 못해도 스쿠버다이빙은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영 실력보다는 물에 얼마나 친숙하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백 교육팀장은 "오픈워터 자격증이 있으면 다이빙 리조트에서 다이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바닷속은 장소에 따라 시야, 수온 등 환경이 달라서 좀 더 자유롭게 다이빙을 즐기고 싶다면 더 높은 과정의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물론 스쿠버다이빙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체험다이빙 프로그램도 있다. 기초 이론을 배우고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잠수 풀에서 하는 것이 체험다이빙이다. 원하면 5~10m 바닷속을 실제로 유영하며 수중 세계를 탐험할 수도 있다.
◇ 주변 둘러볼 곳
▲ 불영사 & 불영사계곡 = 불영사계곡 길은 근남면 행곡리에서 금강송면 하월리까지 15㎞에 이른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기암절벽이 수려한 풍광을 선사한다. 불영정, 선유정 등 전망대에서 계곡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불영사계곡 안쪽에는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연못에 있는 용 아홉 마리를 쫓아내고 절을 지었다는 불영사가 자리한다. 부처 모양 바위가 못에 비쳐 불영사란 이름이 붙었다.
▲ '폭풍속으로' 촬영지 = 드라마 '폭풍속으로'(2004) 촬영지로 주인공의 집과 교회, 죽변등대, 용의 꿈길, 하트 해변, 큰바위 얼굴이 있다. 동화 속 주택 같은 주인공의 집 아래로는 하트 모양 해변과 코발트블루 빛깔의 바다가 펼쳐진다. 용의 꿈길 입구에서는 아름다운 수중 세계를 표현한 트릭아트를 만날 수 있다. 언덕 위 죽변등대는 1910년 점등해 100년 넘게 불을 밝히고 있다.
▲ 성류굴 = 근남면 구산리에 있는 석회암 동굴. 임진왜란 때 굴 앞에 있는 사찰의 불상을 보호하기 위해 이곳으로 옮겨 '성불이 흐르는 장소'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총연장 870m로 광장 12개와 연못 5개가 있다. 석순과 종유석, 동굴산호 등 다양한 빛깔과 모양의 동굴 생성물이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일부 구간에서는 허리를 잔뜩 굽혀야 지날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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